회원등록 비번분실
   
선교홍보마당
작성자 레나
작성일 2009/07/05
ㆍ조회: 1229  
다솜백일장 마르코 상



마흔 아홉 살 어린 양이

이선희 엘리사벳

3월 31일 오전 10시 30분

오늘도 1426동 아파트 주차장으로 반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반모임에서 ‘우리 함께 나눔을 실천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가 반장님의 제의로 화곡동에 있는 ‘작은예수회의 집’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매월 내는 반회비에 천원을 더 내어 기금을 마련하고, 그것으로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가서 점심식사를 준비해 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 곳에서 오랫동안 밥 봉사를 해 오신 전임 반장이셨던 권 아가다 전임 반장님과 김 제노베파 반장님의 뒤를 이은 밥 짓기 릴레이입니다.

각자의 손에는 직접 구운 빵과 세탁세제들과 과일들이 반찬거리를 가득 담은 봉지들과 함께 들려있습니다. 다솜떡방을 운영하시는 최 마티아 형제님이 갈 때마다 선뜻 내어주시는 푸드뱅크 떡 한 박스를 받아오는 것은 제 몫입니다. 이 떡은 냉동실에 잘 보관해 두고 며칠 동안 그 곳 형제들에게 영양가 있는 간식거리가 됩니다.

준비물을 최종 점검하고 차에 올라 작은예수회 화곡분원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아침밥을 굶은 채로 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형제들이 생각나 차 안에서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뇌성마비 등 정신질환,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남자 장애우 여덟 명이 함께 살고 있는 작은예수회 화곡분원은 주택가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환한 웃음으로 달려 나오는 형제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앞치마를 두릅니다. 한 사람은 쌀을 퍼다 씻고, 한 사람은 상추와 깻잎, 고추, 오이를 씻고, 또 한 사람은 두부를 썰어 넣어 청국장찌개를 끓입니다. 오늘 점심 식단은 형제들이 좋아하는 삼겹살구이입니다. 삼겹살이라는 말에 환호성을 지르는 형제들을 보고 자매들은 빙긋이 웃어 보입니다. 남은 사람들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불판을 준비하여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습니다.

그동안 형제들은 한쪽에 모여 기도를 합니다. 발음은 어눌하지만 묵주기도를 열심히 드립니다. 그런데 오늘도 양이는 형제들 틈에 끼어 앉지 못하고 계속 서성이기만 합니다. 오늘은 기다란 페트병을 손목에 끼고 있습니다. 마흔아홉 살 양이는 정신연령은 두 살이 채 안 되는 어린애기입니다. 엄지손가락을 하도 빨아서 손톱이 빠진 것도 여러 차례, 짓무르고 곪아서 못 빨게 하느라 손을 묶어놓았다가 다친 뒤로는, 권투 글러브도 끼어보았지만 그것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아예 오늘은 페트병을 손목에 끼고 있습니다.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앞이 트여있습니다. 그 안에서 양이의 다 자라지 못한 작은 손은 꼼지락 꼼지락거립니다.

점심 준비가 한창인 때, 매일 방문하시던 사회복지사께서 오셨습니다. 마흔쯤 되었을까? 아주 가냘프고 고운 여자분이십니다. 들어오시면서 다른 가족들과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시더니 양이 옆에 서서는 두 팔을 활짝 벌립니다. 그러자 양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듯이 다가가 폭 안깁니다. 양이를 한참 안고 계시던 복지사가 양이를 떼어 놓는가 싶더니 이제는 등을 돌려 다리를 굽힙니다. 양이는 망설임 없이 그 등에 업힙니다. 그러더니 이내 그 등에 머리를 기대고 평온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엄마 등에 업힌 어린아이의 표정, 바로 그 표정이었습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이쁘던지요. 양이가 몸집이 큰 편이 아니라 해도 마흔아홉을 먹은 남자를 업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양이가 무거울만한데도 한참을 업고 양이에게 사랑을 줍니다. 밥과 반찬을 준비하면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가슴에는 사랑의 큰 강물 하나가 흘러갑니다.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그 뜨거움을 가득 고인 눈물로 대신하고 서둘러 밥상을 차립니다.

양이는 이가 성치 않습니다. 모든 반찬을 잘게 잘라서 밥과 찌개를 섞은 뒤에 이유식을 먹이듯이 그것도 작은 숟가락으로 먹여주어야 합니다. 양이를 비롯해서 형제들을 반원들이 한 명씩 나누어 맡습니다. 손과 발과 입이 뒤틀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밥 한 숟가락 입에 떠 넣을 수 없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형제들은 행복합니다.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기 때문입니다. 웃으면서 “맛있어요”를 연발합니다. 다 먹인 뒤에 입을 닦아주고 물로 입 안을 헹구어주면 점심식사가 끝납니다.

오늘은 다행히 양이가 토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먹여주었는데도 힘들여 먹여놓은 것을 토하는 날에는 양이의 속이 걱정됩니다. 아직 어린애기인 양이는 바지에 실례를 하기도 합니다. 씻기고 갈아입히기도 해야 하는데 그래도 그 중에서 맏형격인 제법 의젓한 요셉이 이럴 땐 무척 도움이 된답니다. 요셉이 병원이라도 가서 없는 날에는 복지사나 반 형님들이 씻기고 갈아입히십니다.

설거지를 마치고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양이를 업은 복지사의 모습을 본 뒤라 오늘은 눈이 뜨여 가족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겉모습이 삼십대에서 오십대에 이르는 남자어른들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두 살, 다섯 살, 여섯 살…. 그제야 묵주팔찌를 늘 자랑하러 오는 형제도, 나중에 간식으로 먹으라고 놓아 둔 빵을 놓고 지금 먹어야 할 지, 나중에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레오도 모두 모두 이쁜 아이로 보입니다.

작은예수회에 처음 갈 때는 남자어른들로 보여 서먹서먹하던 마음도 풀리어 오늘은 반원들도 형제들과 이야기를 잘 나눕니다. 손목에 잔뜩 묵주팔찌를 끼고 자랑하는 가브리엘에게는 예쁘다고 감탄도 해주고, 뒤틀린 몸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안드레아의 등도 두드려줍니다. 시원하다고 말해 주는 통에 신이 난 레오는 그 큰 손으로 반원들의 어깨를 더 힘차게 주무릅니다. 껌이 잔뜩 든 박스를 들고 와 껌이 많다고 자랑하는 가브리엘과는 한 개만 달라고 실랑이도 벌여봅니다. 모으는 것이 취미라 초코파이 상자 속에 들어있던 성화 한 장씩을 선물로 받기도 합니다. 모아놓은 껌이며, 사탕 등을 선물로 주고, 주고 나면 또 아까워서 어쩔 줄 모르는 가브리엘의 그 묘한 표정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요.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뒷정리가 잘 되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그러고 나서 ‘이런 물건들이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게시판을 유심히 봅니다. 쌀, 세제, 휴지, 비누….

여전히 한쪽 구석에서 서성이고 있는 양이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다른 형제들과는 일일이 손을 잡아 인사를 나눕니다. 덩치가 큰 레오는 잡은 손을 흔들며 씨익 웃습니다. 맑은 웃음을 뒤로 하며 나서는데 밝은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늘 그렇지만 나눔은 내 것을 내어주는 행위가 아닌 더 많은 것을 채워가지고 오는 행복임을 말을 하지 않아도 반원들은 압니다. 오늘도 오히려 더 많이 받은 사랑으로 그득합니다.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라는 말씀이 새삼 가슴에 와 닿습니다.

김 제노베파 반장님의 뒤를 이어 박 엘리사벳 반장님, 그리고 현임 박 안젤라 반장님 대에 이르기까지 몇 년간 계속되어온 14단지 1426동(23구역 5반) 반원들의 작은 나눔 이야기를 적어 놓았던 글입니다.

이제 양이는 쉰이 훌쩍 넘어섰습니다. 여전히 페트병을 끼고, 잘 다져진 이유식을 받아먹고, 더러 토하기도 합니다. 몸이 약한 안드레아는 자주 병원에 입원을 하여 안타깝게 합니다. 요셉씨는 간단한 심부름도 합니다. 그래서 음식 쓰레기통 비우는 일을 도맡아 합니다. 레오는 설거지 해놓은 그릇들을 아주 잘 정리합니다. 장가도 가겠다고 칭찬을 해주면 씨익 웃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노는 토요일이면 반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작은예수회에 갑니다. 그래서 반원들의 아이들은 모두 적어도 몇 번씩은 엄마와 함께 작은예수회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청소를 맡아서 하는데 아주 열심입니다. 중고등학생인 아이들은 더러 고기를 굽거나 부침개를 부치는 큰(?)일을 돕기도 합니다. 회사에 나가지 않으시는 날은 형제님도 가셔서 함께 하십니다. 아파트 한 동의 사람들이 단합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일은 요즈음 아파트 문화에서는 보기 드문 이웃들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반모임의 활성화와 함께 반원들의 일치, 그리고 가끔씩 모두 모여 다지는 친목들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고, 그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이끄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에 가능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저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서 지금은 같은 반원이 아니라 가끔씩만 동참하지만 글로써 작은 나눔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23구역 5반 반원들을 칭찬하고 싶었습니다. 또 가족들과 함께 하는 나눔은 아이들이 말이 아닌 부모의 행동을 통해서 이웃사랑을 배운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반원들은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을 들어 제게 괜한 일을 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반모임에서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좋은 나눔이 될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1426동(23구역 5반) 반원들과 최 마티아 형제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윗글 다솜백일장 우수상
아래글 다솜백일장 우수상
번호     글 제 목 조회 작성일  작성자
29 순교성인들의 마음이 제 마음에 1364 2009-09-20 레나
28 가정을 지켜 주십시오 1344 2009-09-15 레나
27 하느님 자녀로 살고 싶습니다 1023 2009-09-15 레나
26 하느님 감사합니다 1425 2009-09-11 레나
25 다솜백일장-다솜상 1190 2009-08-23 레나
24 다솜백일장- 장려상 856 2009-08-01 레나
23 다솜백일장- 다솜상 823 2009-07-27 레나
22 다솜백일장-장려상 764 2009-07-26 레나
21 다솜백일장- 우수 상 860 2009-07-22 레나
20 다솜백일장-요한 상 861 2009-07-22 레나
19 다솜백일장 루카 상 788 2009-07-12 레나
18 다솜백일장 우수상 765 2009-07-12 레나
17 다솜백일장 우수상 862 2009-07-05 레나
16 다솜백일장 마르코 상 1229 2009-07-05 레나
15 다솜백일장 우수상 1359 2009-06-28 레나
14 다솜백일장 마태오상 1475 2009-06-28 레나
13 배티성지를 다녀와서 1146 2009-05-15 레나
12 가정은 나의 순교성지 973 2009-05-04 레나
11 상추밭의 은총-신앙체험발표 1308 2009-04-19 레나
10 견진성사를 준비하며 1056 2009-04-16 레나
1,,,1112
Copyright ⓒ 2003 mokdong. All Rights Reserved.    dasomnet@catholic.or.kr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서로 271(신정 6동 318) TEL : 02-2643-2212~3 교환) 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