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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홍보마당
작성자 레나
작성일 2009/07/22
ㆍ조회: 868  
다솜백일장-요한 상


주님 어디에 계십니까?

임영순 카타리나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심전도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는 일하는 내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듣게 된다. 조그마한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받고 여기에 누워있다. 수많은 기계들은 엄마와 아빠를 대신하여 잠시 동안 아이들을 보살핀다.

갑자기 불규칙한 심전도소리. 모두가 몰려들었다. 조용했던 중환자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약 들어갔어요?” 바로 심장제세동기가 끌려오고 한 방, 두 방, 고른 심장리듬이 돌아왔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모두들 흩어졌다. 몇 번이나 이런 일이 또 벌어질까. 안쓰러운 마음을 한껏 묻힌 스펀지로 조심스레 조그마한 가슴에 잔뜩 묻은 화상방지를 위한 젤리를 닦아 내어준다.

10여 년 전, 그때는 중환자실이 아닌 응급실에서 근무를 했었다. 내가 하는 일중에서 가장 괴로운 일은 사망자의 가족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가끔은 내가 가족들에게 환자가 응급실에 있으니 병원으로 빨리 오라는 연락을 해야만 할 때가 있었다. 전화선 넘어 들리는 몹시 당황하는 가족분들의 목소리에 울음이 스며든다. 얼마나 다쳤는지 묻지만 대답을 해드릴 수가 없다. “조심해서 오세요.” 단지 이 말씀만 드리고 전화를 끊는다. 곧 도착하시는 보호자님들. 사망소식을 담당의로부터 전해 듣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믿기지가 않는 듯 환자를 흔들어도 보고 쓰다듬기도 하며 통곡도 해보지만, 움직이지 않는 환자. 보호자와 함께 많이 울었었다. ‘주님 저들이 저렇게 고통 받을 죄가 있었던가요?’ 수년 동안 계속되는 나의 질문에 주님은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다. 죽음에 대한, 병으로 고통 받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다. 의료인으로서의 무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하느님은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에 대한 분노가 가슴속에 자리를 잡을 때 냉담, 성당에 가지 않았다.

수년 후 한참을 주님도 없이 방황기를 심하게 겪으며 정신적으로 나약해 있을 무렵 대학원 수업 중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시던 교수님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통하는 신기한 느낌이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성당에 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없이 울었다. 그때 주님의 말씀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고통에 대한 답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건 내가 주관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났을 뿐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으므로 이 환자는 살아나야만 한다는 인간으로서 가지는 무모한 오만함 때문에 벌어졌던 해프닝은 잠시 동안의 주님께 대한 개김(!)으로 해결이 되었다. 주님은 그런 나의 객기를 그냥 옆에서 안쓰러운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지켜봐 주실 뿐이었고.

사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환자는 살아나고 어떤 환자는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다. 여기에서 나는 의료인으로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오늘도 인간으로서 한가지씩을 버리고 더한다. 오만은 버려지고 기도가 함께 한다. “주님 함께 하소서.” 내가 하는 일이 아닌 주님 주관하시는 일, 나의 손과 입을 통해 전해지는 주님의 사랑으로 어려움에 계신 환자분들 모두가 힘을 얻었으면 싶다.

자 오늘도 안테나를 열 개 이상 세우고 주님의 사랑을 전하러 우리 아기들이 있는 중환자실로 발걸음을 향한다. 아자아자, 주님 오늘도 파이팅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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