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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게시판
작성자 장라우렌
작성일 2018-10-31 (수) 22:06
ㆍ조회: 50    
정년(停年)의 아모르파티(amor fati)!

정년(停年)의 아모르파티(amor fati)!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렛12)

 

 달포 전쯤 옛 동료들과의 모임에 참석했다. 자리를 잡고 두어 순배의 술잔이 돌자 뜬금없이 한 친구가 장난기 어린 퀴즈를 던졌다.

세상에 없는 것 세 가지가 뭐게?”

여럿이서 중구난방으로 답을 툭툭 뱉어댔다. 그 가운데 발문(發問)한 쪽이 기대했던 두 개의 답은 금방 튀어 나왔다. ‘공짜가 없다.’ ‘비밀이 없다.’ 하지만 그 친구가 첫째로 기대했던 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시큰둥해서 잠자코 있던 친구가 , 재미없다. 그만하자!” 하고 입막음을 하자 퀴즈를 낸 당사자가 정리를 했다.

 

첫째, 인생에 답이 없다!

둘째, 세상에 비밀이 없다!

셋째, 세상에 공짜가 없다!

다짜고짜 모두가 맞다 맞아, 우리가 다 아는 거였잖아!”하고 떠들었다.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대중교통 수단을 버리고 걷기를 택했다. 혼자 터덜터덜 걸으면서 별것도 아닌 이 세 가지를 길동무 삼아 곱씹었다. 세상에 공짜 없고, 세상에 비밀 없다는 답은 금세 내뱉으면서, 왜 첫 번째로 꼽은 인생에 답이 없다.”는 쉬이 떠올리지 못했을까? 문장구조상 필수성분이 세상에라는 부사어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인생에에 초점이 맞춰진 첫 번째를 놓친 것인가. 즉 출제자에게 낚인 것이란 말인가. 아니, 나 이외에도 예닐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 낚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럼, 세상과 인생은 같은 것인가. 다르다. 세상은 집합적이고 일반적이지만 인생은 개별적이고 특수하다. 그러므로 세상은 인생의 무대이며 배경이 된다. 그러나 ‘~살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면 세상살이인생살이는 상치할 수 있을 성 싶다. 그렇다면 썰렁한 퀴즈에는 큰 오류가 없다.

 

그러면 왜 그랬을까?

크게는 인생에 대한 가치론적 성찰이 부족하고 작게는 살이에 대한 반성적 실천이 없었던 탓일 게다. 아예 시간에 휩쓸려 사느라 개성은 안중에도 없었을 터. ()을 잃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때깔조차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인생에 답이 없다.”는 말은 과연 옳은 것일까! 옳다면, 이 때 은 정답(定答)일까, 정답(正答)일까.

존재론적 측면에서 ()’이 삶의 양식을 지칭한다면 답이 없다는 것은 삶의 방식의 다양성(Democracy as Life Style)"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답(定答)은 물론 정답(正答)도 있을 수 없다. 인식론적 측면에서 ()’이라면 인생에 정답(定答)은 있다. 인생에서 정()해진 답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죽음이라는 정답에서 인생을 거슬러 살아간다면 인생에는 정답(正答)도 모범답(模範答)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삶에 대한 인식과 존재 방식은 불가분의 관계이면서도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언제나 우리를 갈등과 번민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도전과 용기를 강요한다.

 

생의 의미를 자문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그 해답이 주어지지 않지만 그걸 묻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p.21)

 

 루이제 린저,()의 한 가운데(Luise Rinser,MITTE DES LEVENS)에서 주인공 니나가 슈타인 박사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시점에서 의 의미를 자문해야 한다. 이 책을 다시 집어든 까닭은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가 내 앞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에 356개월을 재직했던 직장에서 은퇴했다. 한 마디로 정년(停年)을 맞았다. ‘()’은 사람 변에 음을 나타내는 정자 이 합하여 멈추다, 머무르다, 쉬다 등의 의미를 갖는다. 영어로도 은퇴(retire)re-tire're-'가 접두사로 다시()’, 또는 없애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re-tire’는 피곤함을 없애다 내지 피곤함을 제거하다는 뜻이 될 테다. 그러니 자의(字義)로만 본다면야 경치 좋은 정자에 올라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참 좋은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딴은 못 다한 일 하고픈 일을 느긋하게 하는 것도 좋겠고, 쉬면서 놀면서 하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도 첫 번째의 멈추다에 그만 속이 상한다. ‘우선멈춤이 아님은 불 보듯 빤한 상황에서 멈춰서 그침(停止)’이란 느낌이 왈칵 솟구치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356개월!

인생에 답은 없다!

 

개별적 현실과 보편적 진실 사이에서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이 점에 관해서 루이제 린저(Luise Rinser)가 작품에 등장시킨 세 인물들의 양상을 놓고 그녀와 다시금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루이제 린저는 니나 부슈만의 입을 통해 ()’이라는 것, 사람살이란 한 사람의 일상을 채우는 일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며, 생은 욕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함을 시사(示唆)한다. 또한 소망을 위해서는 법칙이나 사회적 관습 같은 것조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생기를 지니는 것에, 미친 사람이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듯 무엇엔가 몰두해 있는 가운데 있는 것을 행복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니나에게 생의 한 가운데란 자유 의지대로 욕망에 따라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는 삶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무쏘의 뿔처럼 나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슈타인 박사는 이런 니나의 태도를 을 위해서 이성과 지식을 팽개치고 무조건 뛰어드는 방종일 뿐이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싸움은 삶의 가치 충돌로서 의미심장하다.

 

 생을 사랑한다고요? 니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을 통해서 생을 사랑하는 거예요. 나는 외쳤다. 그러나 나(슈타인)는 네 속에서 생을 사랑한다. 그 점이 우리는 서로 다른 거야. 너무나 다르단 말이지. 때문에 다시 나에게서 떠나가도 좋아.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니나가 말했다.

() 너는 충실함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에게는 과일 속에 씨앗이 담겨 있듯 사랑 속에 충실함이 담겨 있다. 그러나 너는 사랑하다가 가고는 다시 사랑하고 또다시 갈 수 있는 사람이다. 나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 무엇이든 모든 것을 통해서 말이야.” (p.186~187)

 

 사랑에 대한 인식과 방법의 차이는 두 사람의 실존양식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왜냐하면 과일 속의 씨앗같은 슈타인의 닫힌 사랑과 무엇을 통해서(~vie)’ 나아가는 니나의 열린 사랑은 현실대응의 동인(動因)으로 소유와 존재의 실존양식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유는 사물과 관계하며, 사물이란 구체적이며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과일 속의 씨앗으로 비유된 슈타인의 니나에 대한 사랑은 소유적 사랑법이다. 소유적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소유적 실존양식에서는 와 나의 소유물 사이에 살아있는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를 사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그 관계는 죽은 것이며 살아있는 관계가 아니다. 이에 반해 니나는 존재적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몇 주 전 저는 꿈을 꾸었어요. () 꿈에 저는 어떤 껍질 속에 갇혀 있었어요. 유리나 면사포 같이 아주 엷고 투명한 껍질이었어요. () 그런데 누군가가 말했어요. 이 엷은 껍질이 너를 갈라놓고 있다. () 자유, 평화, 예지 또는 뭐라 이름 지을 수 없는 것이. 여하튼 제가 찾던 것, 제가 원했던 것이고 제가 성취해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 꿈을 꾼 이후 저에게는 많은 것이 분명해졌어요.(p.193~194)

 

 니나는 슈타인의 소유적 사랑에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존재적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 기탄없이 응답할 용기만 가지면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리라는 사실에 자신을 맡기기 때문이다. 존재적 실존양식의 전제 조건은 독립과 자유, 비판적 이성을 갖는 것이다. 그 가장 본질적 특성은 능동성이다. 그리고 존재는 체험과 관계하며, 체험이란 원칙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적 실존양식은 오직 지금, 여기에만 있다. 존재적 실존양식에서 주목할 점은 슈타인이 보기에 부정(不貞)하게 느껴지는 성적 자유가 성적 방종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유를 지향하지 않는 이 양식에서는 성행위의 기쁨은 바로 존재의 표현이지 성적 소유욕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슈타인은 사랑의 이름으로 스스로 니나에게 예속됐으며, 또 한편으로 자신의 껍질 안에 니나를 속박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구속되지 않는 니나에게 자기도 모르는 분노를 분출하곤 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을 허송한 뒤에야 슈타인은 자신이 품었던 분노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이름아이콘 장라우렌
2018-10-31 22:49
파일이 너무 커서 용량을 초과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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