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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 며칠을 운 적이 있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nima 댓글 0건 조회Hit 1,392회 작성일Date 22-08-18 14:31

    본문

    놀라운 아름다움을 갖지 못하고 놓쳐서
    또 열망해서.

    봄이 무르익어 초여름으로 넘어갈 때,
    이른 아침
    아버님께서 뜻밖에 혹의심 가득하게
    "나 좀 따라가 볼래?"하시고는
    소가 풀을 뜯는 재 넘어 산으로 안내하셨다.

    그리고 언덕받이 풀섶을 살짝  들추니,
    노란 털과 입을 벌린 산새 새끼들이 짹짹이고 있었다.
    즉각 나는 가져가야겠다고 욕심을 부렸으나
    며칠을 기다리라 하셨고,
    아버님은 미루시다가
    새끼들이 둥지를 탈출하였을 때가 돼서야
    성화에 못 이겨 뒷산에 데리고 가셨고,
    새끼가 막 떠난 것 같은 둥지를 보여주셨다.

    초여름 햇살에 윤기나는 수풀과
    그렇게도 많은 아기 새들이 포롱포롱 날고 있는지~~

    아름다운 아기새를 갖는 데 실패하고,
    하루 종일 어머님께 떼를 쓰니,
    중학교를 파하고 오는 친척 형에게
    "가서 얘 새를 잡아주라"고 빈말을 하셨다.
    가서 보니 새들은  한나절 만에 모두 하늘 높이 날고 있었다.

    그 때 그 아기새들을 갖는 것은 비극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며칠을 울고 가슴아파했던 아기 산새의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열망은
    기억으로 잘 남아있다.

    좋은 사람을 잘 만나기는 힘들지만,
    책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즐겨하는 편이다.
    전에 요약본을 읽으며 아쉬워했던
    가경자 에델퀸에 대한 충분한 번역본을 읽으며,
    어릴 때 느꼈던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책에 줄을 치는 것은 좀 어떨지 모르지만
    내책이 주어진다면
    자로 잰듯한 줄치기를 하고
    보고싶을 때마다 추억의 길을 가볼 것이다.

     

    2022.  8.  18  출근길에 김 루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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