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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썰매 [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15)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20회 작성일Date 24-12-17 21:57

    본문


    수도원에서 가까운 곳에 눈썰매장이 새로 생겼다. 우리는 눈썰매를 타고 싶다고 원장님을 조르기 시작했다. 원장님은 우리의 성화에 못 이겨 눈썰매장으로 가자고 결정하셨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썰매는 가서 돈을 주고 빌리면 되지만 장갑은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키 장갑 같은 것을 돈 주고 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대부분의 수사님이 가죽 장갑이나 털장갑만 가지고 있을 뿐 스키 장갑처럼 방수가 되는 장갑이 없는 탓에 눈썰매장을 못 가나 싶어 걱정을 하고 있는데, 한 수사님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목장갑을 끼고 그 위에 설거지할 때 쓰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면 손도 따뜻하고 방수도 된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발상이었다. 다들 목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어보더니 아주 좋은 방수 장갑이 만들어졌다며 아이디어를 낸 수사님을 추켜세웠다.

    이제 모든 걱정을 뒤로하고 우르르 눈썰매장으로 신나게 걸어갔다.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아이들은 아빠엄마 손을 잡고 신나게 썰매를 타고 씽씽 내려오고 있었다. 보는 우리도 신이 나서 빨리 타고 싶었다. 입장료를 내고 빌린 썰매를 하나씩 끼고 썰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핫도그, 떡볶이 등 군침이 도는 간식들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원장님을 졸라 핫도그 하나씩 입에 물고 준비해 간 비장의 방수장갑을 착용하였다.

    썰매를 타기 위해 정상으로 올라가는 우리를 사람들이 흘낏홀낏 쳐다보았다. 다 큰 어른들이 핫도그를 입에 물고 히죽히죽 웃으며 특이하게 생긴 장갑을 낀 채로 썰매를 끌고 올라가는 모습이 낯설었나 보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해 썰매를 타려고 줄을 서는데, 아주머니들이 작은 목소리로 애들을 불러 모으면서 하시는 말씀.

    “얘들아, 저 아저씨들 타시게 이쪽으로 와라. 어디 시설에서 오셨나 봐. 양보해 드려.”

    우리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감지했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썰매만 즐겁게 타면 됐지, 라며 양보해주는 사람들을 향해 고맙다고 인사하고 봅슬레이 선수 뺨칠 정도로 눈 언덕을 내리 달렸다. 신났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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