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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7주일-소출을 내야만 하는 하느님 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523회 작성일Date 23-10-04 17:05

    본문


    “너희에게서 하느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들에게 주실 것이다.”(마태 21,43)

    추석 명절은 잘 지내셨나요. 넉넉한 추석이 되었을까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자칫 탐욕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소작인이 의당 내야 할 몫, 소출은 현대판 우리의 나눔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밭 소작인 비유입니다. 언뜻 지주에 대한 농민 봉기가 연상됩니다. 그러나 비유의 핵심은 더 본질적입니다. 포도원은 하느님이 만든 세상이고, 우리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피조물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소출을 내야 할 소작인이 자기 분수를 모르고 탐욕을 부린다면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마음을 바꾸어 먹지 않으면 망한다는 하느님 나라 비유입니다.


    1. 사태 파악이 안 되는 주인

    오늘 복음은 무섭습니다. 폭력적인 상황에 피비린내가 진동합니다. 소작인들의 탐욕이 부른 참극이지만 사태 파악이 안 되는 주인도 참 딱할 노릇입니다. 밭 주인은 누구 도움 없이 홀로 포도밭을 일구고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웁니다. 그리고 감독관도 세우지 않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납니다.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소출을 받아오라고 종들을 보냅니다. 소작인들은 소출은커녕 종들을 매질하고 죽여버립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면 사태 파악이 되어야 할 터인데, 주인은 더 많은 종을 보내 죽게 만들고 맙니다. 급기야는 자기 아들까지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바보 같은 주인입니다.

    비유 말씀의 밭 주인은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당신이 창조한 세상 모든 것을 기꺼이 인간 손에 맡기십니다. 인간이 사악하게 놀아나도 믿고, 믿고 또 믿어줍니다. 믿는 것 외에 당신 사랑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으셨을까요. 어쩌면 그리도 인간들을 믿을 수 있는지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래서 아들까지 죽이고 맙니다.


    2. 하느님은 무골호인이 아니다.

    포도밭 유혈 참극을 벌인 소작인들을 주인이 어떻게 하겠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대답합니다.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41절) 그러자 주님은 그들의 말 그대로 확증해주며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서 하느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43절)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소작인들이 일으킨 반란이 성공을 거두어 주인까지 내몰고 포도밭을 차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출을 내지 않는 그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아닐 것입니다. 그들의 탐욕은 끝이 없을 터, 더한 폭력성으로 소작인 서로를 향한 칼날은 여지없이 피를 불렀을 것입니다. 어느 면에선 하느님의 뜻을 도외시하고 하느님 없는 양 살아가는 그 자체가 징벌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지구촌이 그것을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과 기후 위기도 그렇고 전쟁 상황과 거꾸로 가는 역사의식도 그렇습니다. 생태환경과 사회환경 모두가 두려운 징후를 보입니다. 그런데도 별문제 없는 듯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내야 할 소출은 결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어떤 것이 아닙니다. 금전으로 본다면 보통 십일조가 기본입니다. 유다인은 회당 운영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몫으로 10분의 2 정도 한다고 합니다. 내 것으로 여겨지는 금전은 물론 시간이든 재능이든 일정 부분 내놓아야 합니다. 소출도 좋고 나눔이라 해도 좋습니다.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나누는 겁니다. 작은 일이지만 소명이 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소명이 될 수 있습니다. 더 가지려는 허기진 마음의 동료에게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소출을 내야 하는 인간 실존! 자존심 상해 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주인이 아닙니다. 다만 주인 된 마음으로 주인의 뜻대로 포도밭을 가꾸고 돌보아야 합니다. 오늘 있다 내일 사라질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는 피조물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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