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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묵상] 연중 제29주일·전교 주일 - 세상 끝날까지, 하느님은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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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558회 작성일Date 23-10-21 20:4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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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기도할 때 먼저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러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무는 것은 예수님 한 분만을 모시고, 나머지 다른 것들은 다 내려놓는 일일 겁니다. 예전에 선배 신부님에게 한 달 피정 기도 경험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게를 맨 사람이 있습니다. 그 지게 위에는 스펀지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그 스펀지는 길을 가면서 많은 것들을 빨아들입니다. 돈과 지식과 소유하고 싶은 물건을 빨아들입니다. 또 자식과 남의 일에 과도한 관심과 집착을 보이며, 그들의 짐을 빨아들입니다. 스펀지의 무게는 더해가고 그 무게는 점점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합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람의 짐을 가볍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바로 예수님을 지게에 지고 가는 방법입니다. 예수님이 그 스펀지 위에 올라서면, 내가 그동안 빨아들였던 계획이나 일이나 욕심의 물이 빠지고 지게는 가벼워집니다. 더 이상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예수님 한 분만을 모시고 나머지는 모두 내려놓을 수 있을 때 하느님 현존 안에서 기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체조배실에 들어갈 때나 성당에 들어갈 때 다른 짐들은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다른 계획들, 일들, 걱정거리들은 다 내려놓고 예수님하고만 그 자리와 시간에 함께하는 겁니다.

    일상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예전에 ‘트랜스포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요. 어떤 자동차가 주인공과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로봇들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데, 그 로봇은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나 말이나 광고 등을 써서 대답합니다. 신기했는데요. 그러한 일을 우리도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시골 본당에 있을 때 제가 아는 청년들이 놀러 왔습니다. 같이 베란다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문득 그 모습이 몇 달 전에 제가 부러워하던 모습이었음을 생각했습니다. 그 몇 달 전에 동기 신부가 청년 몇 명을 데리고 본당에 왔었습니다. 잔잔한 노래를 틀어 놓고,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달빛을 보며 술을 한잔 했는데요.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마음속으로 ‘나도 진작 이런 걸 할 걸’ 하고 생각했습니다.

    몇 달 후에 제가 아는 청년들이 놀러 와서 비슷한 분위기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겁니다. 그 순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내 작은 바람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 두셨다가 보여주시는구나.’ 그렇게 주님의 현존을 아주 가까이 느꼈던 적이 있는데요.

    요한복음 마지막에도 보면 비슷한 모습이 있습니다. 고기 잡는 제자들이 일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곁에 계셨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고기를 잡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배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라고 하셨고, 많은 고기를 잡게 해 주십니다. 그렇게 선물을 체험했을 때 제자들은 그분이 주님이심을 알아봅니다. 현존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렇게 일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말씀하시고 함께하시는 주님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함께하시는 주님을 깊이 알아보며 일상을 살아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동기들이 군종신부가 있는 곳에 가서 반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외국에서 사목하는 친구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힘들어 보일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그날 한 친구가 텔레비전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멈추었습니다. 다른 때면 그냥 넘길 수도 있는데, 교구 주교님이 나와서 잠깐 멈추더군요.

    주교님이 선교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계셨는데요. 마침 그 순간에 대략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선교사들이 타지에서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예수님의 현존에서 위로를 느껴야 합니다. 어디서 그 현존하심을 체험할 수 있습니까? 미사 안에서 성체의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그분을 가까이서 만나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왠지 그 이야기가 외국에서 사목하고 있는 동기 신부에게 누군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신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동기 신부뿐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있는 누구에게나 주님의 현존은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예수회 송봉모(토마스) 신부님의 「예수-우리의 발걸음을 아빠 하느님께로」에 아프리카의 복음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리빙스턴도 최고의 복을 누린 사람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리빙스턴은 식인종들과 짐승들이 득실거리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고 그의 오른팔은 사자의 공격으로 불구가 됐습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젊음을 바쳐 선교와 탐험을 한 리빙스턴에게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 영예로운 상을 주고자 불렀을 때 그 자리에서 기자들이 그에게 어떻게 아프리카 오지에서 견딜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리빙스턴은 “제가 선교에 투신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마태오복음서 맨 마지막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리빙스턴은 이 말씀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는 진정 ‘너는 늘 나와 함께 있단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삶으로 증명한 복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와 끝까지 함께하시겠다는 주님의 현존을 삶 안에서 체험하고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현 요한 세례자 신부
    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지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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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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