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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8주일-혼인 예복은 전천후 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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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550회 작성일Date 23-10-12 19:41

    본문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마태 22,2)

    오늘 하늘나라 이야기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억지스럽고 섬뜩합니다. 아무리 인기 없는 왕이라 해도 왕은 왕입니다. 왕이 자기 아들, 왕자의 혼인 잔치에 초대했다면 가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짐작하겠지만, 임금은 하느님이고, 혼인 잔치는 하늘나라요, 심부름꾼, 종들은 예언자들입니다. 초대받은 이들은 당대 내로라하는 명사들,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입니다. 그런데 초대받은 이들이 가지 않습니다. 우리라면 초대에 응했을까요?



    1. 누가 하늘나라를 우습게 만들었는가?

    혼인 잔치를 베푼 왕은 체면이 구겼지만, 다시 심부름꾼들을 보냅니다. ‘황소를 잡고 이미 잔칫상이 차려졌고 오지 않으면 정말 낭패요.’ 그래도 초대받은 이들은 요지부동입니다. 거기다 심부름꾼들을 때리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왕은 진노하여 군대를 풀어 그 살인자들을 죽입니다. 그 마을까지 불살라 버립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야 합니다. 하늘나라를 원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은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의도는 이것이 아닐까요? ‘하늘나라를 이처럼 엉망으로 만든 게 바로 너희다. 너희는 하늘나라를 업신여기고 폭행까지 저질렀다.’(마태 11,12 참조) 그런데 어찌하여 살인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의 근거인 마을까지 불살라 버릴까요? 경악스럽습니다.



    2. 혼인 예복은 전천후 예복입니다.

    푸짐하게 차려진 잔칫상, 처치 곤란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임금은 거리로 나가 아무나 만나는 대로 데려와 자리를 채우라 명령합니다. 이제 잔칫상은 개판입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어중이떠중이 다 불려 나와 잔칫상을 차지합니다. 하늘나라는 내 공로로 주어지지 않았네요. 하늘나라의 역설입니다. 길 가다 걸려든 하늘나라입니다. 잘 난 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이, 하나가 바깥 어두운 곳으로 쫓겨납니다. 끌려오다시피 했는데, 예복이라니? 늘 가지고 다니다가 홀라당 입는 옷인가? 다른 이들은 이런 사태를 감지하고 미리 예복을 준비했단 말인가?

    바오로 사도는 여기에 답을 줍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이들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다는 것입니다.(갈라 3,27 참조) 세례자 요한의 일갈도 기억해야 합니다. 세례를 받으러 오는 이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마태 3,8) 세례가 ‘등’이라면 기름은 ‘착한 행실’, ‘합당한 회개의 삶’입니다. 열 처녀의 비유에서처럼 우리는 등과 함께 기름을 준비해야 합니다.



    “너희의 착한 행실로 사람들을 비추어 그들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라.”(마태 5,16)



    착한 행실이 빛입니다. 빛이 되지 못하면 어둠입니다. 바깥 어두운 곳으로 쫓겨납니다. 불을 밝히는 기쁨의 자리가 혼인 잔치입니다. 혼인 예복은 전천후 예복입니다. 밭에서도, 집안에서도, 저잣거리에서 장사할 때도, 여의도에서 정치를 할 때도 입을 수 있고 아니 입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입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상의 문제입니다. 최소한의 그 무엇입니다.

    왜 임금은 무지막지하게 온 마을까지 불살라 초토화할까요? ‘너만 괜찮아서는 안 돼’, ‘너희 동료가 살아야 너도 산다’. 작금에 코로나가 깨닫게 해준 교훈입니다. 교종께선 지구는 공동의 집이라 하십니다. 함께 구원받든지 아니면 모두 망한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 지붕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불이 나면 모두 망합니다.

    잔치방에서 쫓겨난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적지 않게 안심되는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말씀도 새겨야 합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14절)
     


     

    가톨릭평화신문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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