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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751회 작성일Date 23-02-02 00:01

    본문

    가끔씩 찾아오는 친구처럼 감기가 찾아오곤 합니다기관지가 약해서인지 목이 따끔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러다가 짧게는 이삼일길게는 일주일 정도 있으면 말없이 떠나곤 하였습니다이번에도 그러려니 했습니다그런데 이번 감기는 저와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어 했습니다증상도 예전과는 달랐습니다목이 잠기면서 말을 하기 힘들었습니다새벽에 일어나 미사 준비를 했는데 도저히 미사를 봉헌할 수 없었습니다부득이 신부님께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기꺼이 미사를 바꾸어 주었습니다몇몇 만남도 취소하고 조용히 집에 머물렀더니 감기는 예전처럼 아무 말 없이 떠나갔습니다.

     

    이렇게 감기로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의 문제로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영어에 익숙한 사람들과 있으면 아무래도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잘 알아듣지 못하기도 하지만 저의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박해의 경우에 많은 신자들이 배교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죽음으로 신앙을 지켰습니다엘리사벳이 아이를 가질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들었던 즈카리야는 속으로 의심을 했습니다그래서 엘리사벳이 요한을 출산할 때까지 말을 못하였습니다사막의 은수자들과 깊은 산중의 스님들은 자발적으로 묵언수행을 하기도 합니다감기와 함께 지내면서 꼭 해야 할 말은 하지 못하고하지 않아도 될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칭찬과 격려의 말을 자주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님 봉헌 축일을 지내면서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봉헌과 기도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과부와 부유한 바리사이파의 헌금을 이야기하셨습니다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시는 봉헌은 가난한 과부의 정성어린 헌금이었습니다부유한 바리사이파의 봉헌이 아니었습니다예수님께서는 세리의 겸손한 기도와 바리사이파의 교만한 기도를 이야기하셨습니다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시는 기도는 세리의 겸손한 기도였습니다바리사이파의 기도가 아니었습니다신앙생활의 정점은 무엇일까요하느님의 아드님이 누추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겸손입니다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늘 겸손을 이야기 하셨습니다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라고 하셨습니다참된 제자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는 제자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봉헌 축일입니다많은 본당에서 오늘 1년 동안 전례에 사용할 초를 축성합니다봉헌 축일에 초를 축성하는 것은 초가 가지고 있는 3가지 특성 때문입니다초의 3가지 특성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삶을 드러내기도 합니다첫째초는 밝은 빛을 줍니다예수님께서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그리고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진리의 빛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둘째초는 따뜻함을 줍니다예수님께서는 절망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나의 멍에는 가볍고편하다고 하셨습니다그래서 외로운 이들슬퍼하는 이들은 모두 나에게로 오라고 하셨습니다죄를 지은 사람들을 용서하셨습니다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마음은 곧 예수님의 마음입니다셋째초는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입니다이는 곧 예수님의 희생과 십자가를 의미합니다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고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십자가의 희생은 가장 숭고한 봉헌입니다그것이 우리 구원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고난의 잔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주님께서는 자신을 박해하고십자가에 매달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셨습니다주님께서는 솔직하게 아프다고원망스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그런 주님께서는 이제 모든 이를 위한 모든 것이 되셨습니다그리고 오늘도 신앙이 있는 곳에당신의 몸을 성체의 모습으로 나누어 주십니다봉헌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봉헌은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입니다봉헌은 나의 허물과 잘못까지도나의 원망과 실망까지도 하느님께 드리는 것입니다그리고 진정한 봉헌은 나의 삶을 이웃들을 위해서 나누는 것입니다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세상에서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입니다더 멀고 힘든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우리의 생각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 하셨습니다우리가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 하셨습니다머리에서 가슴까지가슴에서 발까지의 긴 여행을 기쁜 마음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가톨릭 굿뉴스 우리들의 묵상 체험 게시판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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