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2) 신앙에 관해 물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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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569회 작성일Date 23-06-07 22:52본문
“당신에게 신앙이란 어떤 것입니까?” 신학원에서 신학입문 강의 때 신자분들께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 앞에서 대체로 신자들은 매우 당황한다. “삶에서 신앙이 어떤 것인지 묻는 것이니 편하게 답해주세요”라고 설명해도 당혹감을 떨쳐내지 못하신다. “그냥 성당에 다니는 거죠”라면서, 신앙에 대해 따로 물음을 던지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종종 말씀하신다.
‘신앙이란 어떤 것인가’하는 질문은 일견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을 뿐, 실은 일상에서 종종 던지는 질문이며, 신앙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는 마치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자기 삶에 관해 물음을 던지는 것과도 같다. 인생에서 큰 시련이 찾아왔을 때, 중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마주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나는 왜 이 세상에 왔는가? 나는 나의 삶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보람되게 살았는가?”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분 중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자기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자신과 화해하고 가족들과 화해하며 평화로이 죽음을 맞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삶에 관한 질문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행복했던 수많은 시간, 사랑으로 꽃피운 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리며, 앞으로의 삶을 그 사랑과 행복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의식적으로 소중히 살도록 한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삶에서 중요한 계기가 찾아올 때 자신에게 묻는다. “나에게 신앙은 어떤 것인가? 신앙인으로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나?”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질문 앞에서 자기가 살아온 신앙을 돌아볼 수 있다면, 신앙으로 받은 놀라운 선물과 행복한 시간, 그리고 자신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면, 분명 이전보다 신앙을 더 정성껏 살 수 있을 것이며 삶도 더욱 가치 있게 변할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으로 보이겠지만, 신앙으로 인해 생명이 위협을 받는 박해 상황에서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같은 물음을 던지셨을 것이다. “나에게 신앙이란 어떤 것인가? 내 삶을 바칠 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가?” 죽음의 위협 앞에서 그분들이 순교로 지상의 생을 마감하실 수 있던 것은, 세상이 주지 못하는 희망과 삶의 의미를 천주교 신앙에서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이 두려워 신앙을 저버리고 삶을 택했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어도 그 삶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삶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박해의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 삶에도 신앙이 문제시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세속화된 사회적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다. 혹은 배우자나 자녀가 성당에 다니지 않겠다고 ‘커밍아웃’을 할 때, 교회법에 따라 자녀를 혼인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자녀 혹은 배우자와 의견 충돌이 생길 때가 있다. 신앙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때도 있다. 신앙생활이 변화나 성장이 없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의미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코로나로 긴 시간 성당에 나가지 않다 보니, 굳이 성당에 나가면서까지 신앙생활을 해야 하나 하고 묻기도 한다. 모두 자기 신앙이 연루된 상황이다.
그런데 대부분 자기 신앙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함을 고백하게 된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 이 말씀은 당시의 박해 상황보다 우리에게 더 시급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그리고 묻는다. “과연 신앙은 나에게 어떤 것인가?” 아직은 희미하고 어렴풋이 보이지만, 분명히 이 질문이 우리를 더 멀리 이끌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한민택 신부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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