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죄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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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788회 작성일Date 22-07-23 16:20본문
미사도 매일 참례하시고 봉사도 열심히 하시는데 늘 자기는 죄인이라고 주님 앞에 설 자격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그분들이 겸손해 보이고 성인이란 말을 들을 자격을 가진 분이 아닌가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불편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제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요?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감정이 믿음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열심히 하면서도 죄인이라고 하는 분들은 소위 부정적 자기개념을 가진 분들입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자기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무시하고 저평가하는 것을 부정적 자기개념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가진 분들은 얼핏 겸손해보이나 사실은 심리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분들이라서 선뜻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분들입니다.
심리학자인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 본성을 과소평가해온 역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느니 단세포 생물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서슴지 않고 해온 것이 인간의 역사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 교회 안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죄인들이라고 교리에서 가르칩니다. 심지어 어떤 성가에서는 벌레만도 못한 운운하면서 자신을 극도로 비하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자들은 자신이 죄인이란 자의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하시고 인간을 창조하신 후 보시니 좋더라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도 우리를 벗이라 하십니다. 이 말씀을 반대하는 소리들은 선에서 오는 소리가 아닙니다. 건강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꼰대유머 하나 전합니다. 열심한 수도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아버지, 아버지”를 외치고 일 년 열두 달 늘 고행하는 자세로 사는 수도자였습니다. 그는 강론 때마다 신자들에게 세상에 살면서 죄 짓고 사는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라고 야단을 치고, 엄격한 신앙생활을 하라고 고함을 쳐서 신자들은 그 앞에만 가면 고양이 앞의 쥐처럼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주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수도자는 본척만척하시고 어디론가 가시려고 하는 것입니다. 다급한 수도자가 외쳤습니다. “주님 저를 안 보시고 어디로 가십니까?”
그러자 주님께서 수도자를 보시곤 “너로구나 기도할 때마다 ‘아버지, 아버지’를 외쳐대고 일 년 내내 거지같이 입고 다녀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잔정머리 없는 계부로 만든 놈이 너로구나!” 하시고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두들겨 패셨다는 이야기.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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