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선생님의 인기 비결 / 정연진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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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709회 작성일Date 22-09-27 09:31본문
고등학생 시절 유독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남자 선생님이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만의 독특한 수업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수업방식은 이러했다. 수업이 시작되면 10~20분 동안 대학 생활의 낭만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 때로는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애 노하우 등 우리 마음을 콩닥거리게 할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셨다.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진도를 나가는 일반적인 수업 방식과는 매우 달랐다. 어느 때는 그 당시 남학생들이 열광했던 프로레슬링 시합을 벌이기도 하셨다.
이쯤 되면 우리를 최대한 흥분시키려 애쓰셨던 게 아닌가 싶다. 단, 온 힘을 다해 학생들의 열기를 끌어올려 그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나면 선생님은 그 집중력을 수업으로 이어가게 하셨다. “자, 그럼 이제 짧고 굵게 수업을 진행할 테니 모두 집중해 주길 바랄게요!”라며 정중히 부탁하셨고, 선생님의 바람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수업에 몰입했다.
이런 수업방식이 단순히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는지,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 시간은 학습에 대한 의욕을 꽤 자극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우리 각자에게 다가올 미래를 가슴 떨리도록 기대하게 했다. 단순한 수다가 아니라 선생님의 인생에서 마음과 정성을 쏟은 경험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얻은 지혜를 나누어주셨기에 단순히 즐거움으로 그치지 않고 마음에 깊이 새겨져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선생님의 이야기 중 지금까지 기억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건 ‘성공적인 대학 생활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이야기였다. 선생님은 대학 생활을 크게 ‘동아리’, ‘연애’ ‘, 학업’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이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해낸다면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지낸 것이라고 하셨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의도만큼은 기억한다. 그건 내가 지금 가장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 한 가지에 시간과 정성을 모두 쏟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선생님의 이 말씀은 내가 내려야 할 선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것에 시간과 정성을 쏟으라!’ 사제의 길을 걸으면서도 어디에 시간과 정성을 쏟으며 살아가야 할지 길을 잃은 것만 같을 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처럼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선생님께서 교과 지식만이 아니라 삶을 마주하는 방법을 선물로 전해주셨듯이, 나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신앙을 대하는 태도를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스도를 따르면서 얻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슬기롭게 전하는 사람, 그 지혜를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꿈꾼다.
정연진 베드로 신부
홍보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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