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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한담] 식량위기와 ‘세계 가난한 이의 날’ /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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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706회 작성일Date 22-11-14 16:49

    본문

    언젠가부터 ‘여름 같은’ 봄, ‘덥고 비 내리는’ 가을이, 그마저 빠르게 지나갑니다. 2020년 54일 간의 장마는 기상 관측이래 가장 길었습니다. 올 8월에는 ‘폭염’ 아닌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그에 앞선 3월, 경북과 동해안 산불은 서울시 절반가량의 면적을 태웠습니다. 이는 50년 만에 찾아 온 최악의 ‘겨울 가뭄’과 ‘강풍’이 겹친 기후재난이었습니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날씨의 ‘이상 현상’은 기후변화, 즉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원인이 되어’ 가져오는 결과는 더욱 무섭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2015년 폭염으로, 2022년에는 폭우로 각 20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2021년 북미와 터키, 인도, 파키스탄, 호주,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산불은 이산화탄소 64.5억 톤을 배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의 침강으로 수도 이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의 곡창지대인 바닷가 저지대의 삼각주는 염분 농도가 높아져 벼농사를 포기했습니다.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사라진 사건은 생태계의 붕괴, 나아가 멸종까지 예감케 합니다. 살충제 탓도 있었다지만 (겨울)기온이 높아져 개화시기에 적응하지 못한 수분(受粉) 곤충의 군집 붕괴현상이라는 의견입니다. 기후변화는 스스로가 결과이자 원인이 되어 또 다른 미증유의 파국을 예고합니다.

    이쯤 되자 세계가 머릴 맞대고 약속합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석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됩니다. 다음은 비에너지분야로, 줄여야 할 것은 메탄과 아산화질소랍니다. 이는 대부분 농축산업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가뭄이나 산불, 홍수로, 또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전 세계의 농경지는 줄어듭니다. 농경지가 줄어드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요? 「식량위기 대한민국」(2022, 웨일북)을 쓴 남재작 박사가 주목한 부분입니다. 곡물자급률 20%, 식량자급률 46%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농식품을 수입하기 위해 매년 40조원을 쓴다고 합니다.(185쪽) 그래서 같은 입장에 있는 세계 각국이 ‘식량’에 ‘안보’(security)를 붙여 쓰는 것이죠. 밀, 옥수수, 콩, 쌀 등 4대 곡물 생산국인 유럽, 러시아, 미국, 호주 그리고 베트남, 태국 등이 생산을 통제하고 가격을 조정하면 식량 ‘수급’이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과 캐나다 중서부 지방의 기록적 가뭄, 에너지 가격 상승, 코로나 경제위기 등으로 국제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60쪽)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낳은 결과를 교묘히 이용하는 국가 단위의 새로운 탐욕도 시작됩니다.

    그래서인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도록 하셨습니다. 실제로, ‘급성 식량 불안’을 겪는 세계 인구가 53개국 1억9천3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남재작 박사처럼 식량위기를 자국의 관점에서 경고하고 준비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공동의 집’에 살고 있는 ‘식구’(食口)인,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가톨릭 신자들의 의무입니다.
    정민 안드레아(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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