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외짝교우라 자녀에게 신앙 이어주기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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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943회 작성일Date 21-10-28 20:24본문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5) 외짝교우라 자녀에게 신앙 이어주기가 어려워요
“저희 남편은 신자가 아니에요. 저와 아이들이 성당에 다니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본인의 기준에서 너무 종교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불편함을 표시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저와 아이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남편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신앙을 이어줄 수 있을까요?”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는 주체는 부모,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 두 사람입니다. 따라서 부부가 협력할 때 자녀 신앙 이어주기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신자 가정에서 부모 두 사람 모두가 신앙 이어주기에 적극적인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가 신자가 아니거나 냉담 중인 경우, 혹은 미지근한 신앙을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는데 부족함과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에 깊이 빠지지는 마십시오. 사실 배우자가 협력하지 않아도 배우자의 적극적인 반대만 없다면, 혹은 무관심만으로도 자녀에 대한 신앙 이어주기는 가능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 주도권은 신앙 이어주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분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부부 간에 자녀의 미사참례, 주일학교와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하여 갈등을 빚는 경우는 대개 다음의 세 경우 중 한 가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배우자가 성당에 너무 몰입하여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우리 신앙의 내용은 초월적이고 신비로 가득 차 있지만, 신앙을 드러내는 행위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혹시 나의 신앙생활과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기 위한 노력 중에서 일상의 삶과 균형이 깨어져 있거나, 과도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두 번째는 의식, 무의식중에 가족들에게 교회와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었을 때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부부 간에 다른 갈등이 있고, 그것이 잘 해소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배우자가 미우니 그가 하는 교회의 활동, 자녀에 대한 신앙 이어주기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겠지요. 따라서 이 경우 먼저 부부 사이에 놓인 갈등을 직시하고 해결 혹은 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앙 이어주기에 있어서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만난 대다수 비신자 배우자 혹은 많은 신자 배우자들은 신앙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이분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곧바로 본질을 통해 설득하기보다 교회가 자녀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통해 쉽게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것에 따르면, ‘성당 활동이 청소년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1위는 ‘성당 안에서의 넓은 대인 관계, 성당 활동을 통해 사회성과 사교적 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2위는 ‘하느님 안에서의 쉼’으로 응답했습니다. 다음으로 3위는 ‘삶에 필요한 많은 기술을 배움’, 4위는 ‘인내력’, 5위는 ‘모범적으로 살게 되는 것’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신앙 안에서 인품을 성숙시키고, 정서적인 안정을 얻으며,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훈련받게 됩니다. 이렇게 배우자에게 신앙의 본질보다는 먼저 자녀가 교회로부터 얻게 될 긍정적인 면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바탕이 마련되었다면, 지혜롭고 자연스럽게 배우자를 전례와 본당 공동체에 초대할 차례입니다. 이때 배우자 자신이 주목받게 되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 자리보다는 자녀의 세례나 첫영성체와 같이 부모로서, 가족으로서 자연스럽게 기쁨과 의미를 나눌 수 있는 장이 좋습니다. 자녀가 성당에서 무언가를 맡아서 할 때 - 예를 들어 성가제나 성탄제, 전례 안에서 독서, 복사 – 가 좋은 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때에 자녀가 배우자를 직접 초대한다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또 가족의 생일과 축일, 기일 등 가족이 함께 기념하는 날이나 합동 위령 미사와 같이 조상을 위한 미사 때에 가족이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초대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초대로만 끝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전작업과 후속작업을 통해 배우자가 교회 공동체와 만날 수 있는 관계의 접점을 만들어주어야 참여는 이어집니다. 이런 자리에 초대하기 전 가능하다면 미리 자녀의 성당 친구가 있는 이웃 부부와 의도적이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미리 사제, 수도자에게 언질을 주고, 배우자가 참여했을 때 인사를 나눌 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사제, 수도자의 반가운 환대는 교회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우자가 가족과 함께 참여한 후에는 함께 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신앙 안에서 함께하는 기쁨을 많이 표현해 주십시오. 그 과정 안에서 자녀와 가족을 위해 못 이기는 척 참여했던 배우자도 점점 신앙의 문화에 젖어 들고, 영적인 갈증을 채울 다음 기회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중년기에 이르면 심리적. 신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세상의 일이 내 힘만으로 안 되는 것을 자각하고 자신의 무력감을 체험하며 영적 여정을 떠나고 싶은 갈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어떻게 이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하느님은 배우자의 이 거룩한 여정을 동반하라고 하느님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디딘 당신을 준비해두신 것입니다. 그러니 배우자의 변화를 민감히 관찰하고 영적 갈증의 신호를 잡아내어 하느님께로 연결할 순간을 잘 포착하십시오. 배우자를 향한 노력 또한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더욱 행복한 가정으로 성장해 나아가는 길이 되리라 믿으며 포기하지 말고 기쁜 소식을 증거 하는 매일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가톨릭굿뉴스 게시판에서 퍼옴[가톨릭신문, 2021년 10월 24일,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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