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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그리스도인으로 거듭 태어나는 주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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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2,069회 작성일Date 21-03-24 18:18

    본문

    [내 영혼의 불씨] 그리스도인으로 거듭 태어나는 주님의 기도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청하자 예수님은 시범을 보이셨습니다(루카 11,1-4 참조). 우리는 이 기도를 ‘주님의 기도’라고 부르지요. 주님의 기도는 복음 전체의 요약이자 완전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되풀이하여 바침으로써 우리는 점점 더 그리스도인다워집니다. 이제 그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첫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감히 쓰지 못하는 호칭이지요. 그 누구도 이 ‘우리’에서 배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 부르려면 온갖 분열과 대립과 개인주의를 멀리해야 합니다. 하늘이 땅에서 멀지만 땅에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그분이 하늘에 계시다는 말은 이 세상을 초월하신 분이면서도 어디에나 계신다는 겁니다. 그분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지만 내가 그분의 이름을 부를 때 들어주시고 응답하시는 아버지이고 어머니입니다. 

     

    둘째, 우리는 이러한 아버지께 청합니다. 주님의 기도는 모두 청원기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청원기도의 원리는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무언가를 내 힘으로는 얻을 수 없지만 하느님은 얻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 이로써 하느님이 모든 선의 창시자이며 분배자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청원기도는 우리의 나약함으로 우리를 하느님과 연결시키고 일치시키는 끈입니다. 다만, 청원기도를 통해서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에 이르려면 한 가지 비결이 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세요.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8-13) 

     

    배에 탄 사람이 바위에 밧줄을 걸고 당기면 당길수록 배와 바위가 가까워집니다. 청원기도의 밧줄을 놓지 않고 끝까지 당기면 점차 하느님께 가까워집니다. 예수님은 이 일치의 상태를 ‘성령을 주시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영이며 하느님 자신이지요. 금과 은을 찔끔찔끔 주시는 것이 아니라, 도깨비 방망이를 통째로 내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청원기도의 비결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셋째,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는 일곱 가지를 청하는데, 처음 세 가지가 아버지의 영광을 위한 간구입니다. 이 순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하시지 않았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이 빛나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가 임하신다면 나의 소소한 필요와 욕구는 저절로 채워질 것입니다. 성 베르나르도는 하느님 사랑에 이르는 네 단계를 다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첫째, 나밖에 모르는 육적인 사랑. 둘째,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만큼 사랑하는 품꾼의 사랑. 셋째, 내 부모이기에 사랑하는 자녀의 사랑. 넷째, 주님 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는 신비적 사랑. 모든 것에 앞서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먼저 찾는 자세라면 사랑의 네 단계를 거쳐 마침내 순수한 하느님 사랑에 이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넷째,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다음에 간구하는 네 가지는 아버지께 나아가는 길에 필요한 것입니다. 육적 생명과 영적 생명에 관련된 빵과 용서, 그리고 기도의 싸움과 관련하여 유혹과 죄악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청합니다. 이 청원의 단순 소박함에 주목해보세요. 그날 일용할 양식만 있으면 족하다 하듯 단지 그것 하나를 구합니다. 우리가 바치는 청원의 긴 목록과 단연코 대비됩니다. 안분자족安分自足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청하는 것은 용서의 은총입니다. 복수와 응징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용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요! 진정한 용서는 물론이요, 매순간 우리를 노리는 악의 유혹을 이기는 일도, 또 악에서 구원을 받는 것도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는 안 되겠지요.

     

    정리해보겠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이 세상을 하느님 아버지께서 다스리시어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날 먹을 양식을 주시고 이웃을 용서함으로써 화평하게 지내며 악의 유혹과 악에서 지켜주시기를 청합니다. 그것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의 바람이 없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진심으로 바치는 영혼은 이미 산상설교를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아무것도 너를(Nada te turbe)” 이라는 기도가 떠오릅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하느님 한 분으로 족하다.’ 주님의 기도를 마음 다해서 바친다면 누구나 예수님의 참 제자로 성숙하여 나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미사 때나 묵주기도를 바칠 때 그리고 그 외에도 수시로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이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든 예수님의 제자들과 통공을 이룹니다. 걸으면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만 줄곧 외워보세요. 마음이 모아지고 정신이 통일됩니다. 다만, 입으로만 외워서는 안 됩니다. 기도는 주문이 아니고, 기도이니까요. 한 땀 한 땀 자수를 뜨듯이 한 단어 한 단어 마음을 기울여 기도하세요.

     

    * 정제천 신부 - 예수회 소속 사제로 현재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영신수련』 『세월의 지혜』 등이 있다.

     

    [생활성서, 2021년 3월호, 정제천 신부]


    가톨릭 굿뉴스 자료실 게시판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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