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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볼까요] 참 사람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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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2,623회 작성일Date 20-09-14 17:20

    본문

    코로나19 사태는 다행히도 정부의 적절한 대처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비약적으로 발전한 21세기 의학도 따라잡기 힘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성과 변이 속도는 다른 바이러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세상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며,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상 코로나는 우리의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특히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확산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습니다.

     

     

    차별, 배제 그리고 사회적 고립

     

    몇 년 전 언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4년 송파구에 거주하는 세 모녀가 실직과 만성질환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성북동에 거주하는 네 모녀는 “힘들었다. 하늘나라로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1960~70년대 서울에는 대부분 달동네, 산동네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지금은 우리의 기억에서 희미해진 ‘이웃사촌’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가 없던 시절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이웃사촌으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마을공동체가 있었기에 정(情)을 느끼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서울은 화려한 도심의 건물 그늘에 가려 가난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차별과 배제, 그리고 사회적 고립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빈곤 비즈니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래의 주거’라고 불리는 쪽방이 있습니다. 서울시에는 크게 밀집된 쪽방지역이 동자동, 돈의동, 영등포, 창신동에 있습니다. 쪽방은 1.5평 내외로 한사람이 겨우 다리를 펴고 누울 공간에서 간단한 취사도구로 식사를 해결하고 몸을 뉘며 살아갑니다. 샤워시설도, 온수도 허락되지 않는 그곳은 한 채의 건물 안에 거주하는 세입자 여러 명이 공용 화장실을 사용합니다.

     

    2019년 한국일보에서 서울 쪽방촌 318채의 등기를 전수 조사한 기획기사 ‘지옥고 아래 쪽방’에 따르면 “쪽방 건물주 중에는 타워펠리스 등 고급 주거단지 거주자, 강남건물주의 가족들, 중소기업 대표 등 재력가가 다수 포함”되고, “318채 중 다주택 소유자들이 갖고 있는 쪽방건물은 56채이며, 일가족 다주택자까지 포함하면 70채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쪽방은 건물주 입장에서 돈 되는 투기처로 대부분의 쪽방은 무허가 숙박업이고 수익은 드러나지 않는 탈세의 창구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지역사회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동체의 힘!

     

    10여 년 전에 어느 한 청년이 서울역 인근의 동자동 쪽방촌에 작은 공간을 빌려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복지와 인권을 위한 ‘동자동 사랑방’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쪽방 주민들의 공동체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동자동 사랑방은 협소한 쪽방 공간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한 선반작업, 마을청소, 마을장례, 무료법률 상담, 건강상담 등 활동과 굶는 쪽방 주민들을 위해 하루 한 끼만이라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마을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거래가 어려운 쪽방주민들이 병원비 등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고 저축을 하는 신용협동조합인 동자동주민협동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빈민(주민)운동 및 반빈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과 연대하여 홈리스 주거권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동자동 사랑방의 홈리스 주거권 연대활동은 올해 영등포 지역의 도시재생형 쪽방 재개발사업을 낳았습니다. 그동안 쪽방지역은 수익이 더 높은 게스트하우스나 문화시설 등으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많은 쪽방주민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나는 일들이 이어져왔습니다. 최근엔 양동재개발로 인해 남대문로5가 쪽방주민들이 내쫓기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자동 사랑방 쪽방주민 공동체의 노력으로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빈민사목위원회 사명

     

    자본 중심 사회의 끝없는 욕망은 가난한 사람을 억압하고 빈곤을 대물림하게 하는 비인간화의 사회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자본 중심 사회의 폐해를 삶으로 증거하고 있습니다.

     

    루카복음에서 마리아의 노래(루카1,46-56)는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의 인류 구원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드러내십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정권과 토건재벌에 의해 자행된 재개발의 광풍 속에서 재개발 철거민들의 목소리에 교회가 응답하면서 1987년 4월에 설립되었습니다. 빈민사목위원회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가난한 사람들이 온전히 해방되는 사귐·섬김·나눔의 공동체를 이루는 운동’입니다. 이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목활동’이 아닌 ‘가난한 사람에 의한 사목활동’을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목활동’은 가난한 사람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에 의한 사목활동’은 가난한 사람을 삶의 주체로 성장하게 하게 합니다. 그리고 온전히 해방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사귐·섬김·나눔 공동체운동은 ‘형제애’와 ‘공동선’을 지향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하느님 나라 건설을 의미합니다.

     

    하느님 나라 건설에 동참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는 ‘참 사람이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 주었다”(마태 25,25)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9월호, 권성용 바실리오(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가톨릭 뉴스 자료실 게시판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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