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잘것없는 인간(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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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동성당 댓글 0건 조회Hit 2,468회 작성일Date 19-11-11 16:25본문
태아도 하느님 닮은 존엄한 인간
“살인하지 마시오. 간음하지 마시오. 남색질하지 마시오. 음행하지 마시오. 도둑질하지 마시오. 마술을 하지 마시오. 요술을 하지 마시오. 낙태로 아이를 살인하지도 말고, 갓난아이를 죽이지도 마시오.”(정양모 옮김 「디다케」 2,2)
“죽음의 길은 이렇다.… 선한 사람들을 박해하는 자들, 진리를 미워하는 자들, 거짓을 사랑하는 자들, 정의의 보수를 모르는 자들, 선과 옳은 심판에 가담하지 않는 자들, 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악을 위해서 밤샘하는 자들, 온유와 인내에서 멀리 있는 자들, 부질없는 것들을 좋아하는 자들, 보수만을 쫓는 자들, 가난한 이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 자들, 짓눌린 이들을 위해 애쓰지 않는 자들, 자신들을 만드신 분을 모르는 자들, 유아 살해자들, 하느님의 작품을 낙태시키는 자들, 억눌린 이를 짓누르는 자들, 부자들을 옹호하는 자들, 빈자들을 불법으로 심판하는 자들, 온통 죄악에 물든 자들이다. 아들들아, 이 모든 자들을 멀리하여라.”(정양모 옮김 「디다케」 5, 1~2)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죽음의 길
성경에 버금가는 권위를 지닌 가장 오래된 교부 문헌 가운데 하나인 「디다케」는 인생에 두 갈래 길이 있다고 한다.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 이 가운데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당연히 생명의 길이다. 「디다케」에서 제시하는 죽음의 길은 매우 구체적이다. 진리와 정의를 저버리고 덧없는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 가난하고 비참한 이들을 외면한 채 그들과 함께 울어줄 능력마저 잃어버린 자들, 억눌린 이들을 일으켜주고 가난한 이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주기는커녕 탐욕스런 부자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들은 이미 죽음의 길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의 길과 생명의 길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는 바로 힘없고 억눌린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라고 가르친다.
가장 보잘것없는 인간인 태아
특히 「디다케」는 그리스도교 문헌 최초로 낙태를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처음부터 낙태를 살인이라 여기고 금지했음이 틀림없다. 인류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인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한 채 처참하게 죽어가는 미소한 태아도 하느님을 닮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 선언이다.
우리 교회가 그리스도교 기원부터 오늘날까지 지켜온 한결같은 진실은 태아도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수태된 순간부터 엄마의 것도 아빠의 것도 아닌 독립된 새로운 인간 생명이 시작될 뿐 아니라, 그 생명은 발달 단계와 상관없이 단 한 순간의 단절도 없는 존엄한 인간이라는 구체적인 해설은 없지만, 우리 교회가 우선으로 선택해야 하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태아가 거듭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바로 이 작은 아이 안에 예수님께서 현존하신다는 복음의 진실은 세상의 어떤 논리로도 부정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태아의 생명을 지키려는 교회의 노력이 이 시대의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사랑과 연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교회의 생명 수호 운동이 진정성을 지닐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명확하고 단호하며 열정적으로 무죄한 태아를 수호해야 합니다. 발달 단계와 무관하게 언제나 신성하고 모두가 사랑받아야 하는 인간 생명의 존엄이 위험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태어난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도 마찬가지로 신성합니다. 곧 극도로 가난한 이들, 버림받은 이들, 혜택받지 못한 이들, 은밀하게 안락사에 노출된 취약한 병자들과 노인들, 인신매매 희생자들, 신종 노예살이의 피해자들, 갖가지 형태로 거부당한 이들의 생명도 신성합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01)
처절한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 태아들을 지켜내는 일뿐 아니라, 죽음과도 같은 절박한 처지에 내몰린 그 여인들을 애끊는 자비의 가슴으로 품어 안는 일 또한 어머니 교회의 몫임을 기억해야 한다. 비난과 단죄는 어머니 교회의 몫이 아니다. “교회는 법정이 아니라 치유의 장소이기 때문이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2월 25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퍼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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