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의 사회교리] 주님께 쓸모없는 부자들(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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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동성당 댓글 0건 조회Hit 2,479회 작성일Date 19-11-11 16:28본문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어라
“부인, 탑을 세우는 데 알맞지 않고 희고 둥근 돌, 그들은 누구입니까?” 그녀가 나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너는 언제까지 어리석고 판단력도 없느냐? 너는 모든 것을 물어보면서 아무것도 모르겠느냐? 그들은 주님을 믿고 있으나 이 세상의 부도 가지고 있다. 환난이 닥치면 그들은 부와 사업상의 일 때문에 주님을 부인한다.” 내가 그녀에게 “부인, 그러면 그들은 탑을 세우는 데 언제 쓸모가 있겠습니까?” 하고 묻자, 그녀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를 잘라낼 때 그들은 하느님께 쓸모가 있을 것이다. 둥근 돌이 잘리지 않고 자체의 어떤 부분을 내버리지 않으면 네모나게 될 수 없듯이, 이 세상의 부자들도 부를 잘라내지 않으면 주님께 쓸모가 없다. 먼저 너 자신에게서 배워라. 네가 부유할 때 너는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너는 쓸모가 있고 생명을 위해 올바르게 살고 있다. 하느님께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라. … 서로 화목하게 지내라. 서로 돌보아 주고 도와주어라. 너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너희 자신만을 위하여 풍족하게 사용하지 말고 곤궁한 이들에게도 주어라. 어떤 사람들은 과식으로 몸에 병을 얻어 건강을 해친다. 이와 달리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건강이 나빠지고 그들의 육체는 죽어간다. 이렇게 공동체 정신이 부족하여 가진 것이 있어도 곤궁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 것은 너희에게 해롭다. 임박한 심판을 주의하여라. 부자들이여, 너희는 탑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동안에 굶주린 이들을 찾아라. 탑이 완성된 뒤에는 너희가 선을 행하고 싶어도 더 이상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헤르마스, 「목자」 환시 3,6,5-7; 3,9,1. 하성수 옮김)
세례받은 뒤에 지은 죄를 용서받는 길
헤르마스의 「목자」는 130~140년경에 저술된 묵시록이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성경처럼 읽힌 권위 있는 교부 문헌이다. 헤르마스는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인물이었으며, 로마의 주교 피우스의 형제라고만 전해진다. 그는 고대 엄격주의 교회론과 참회 제도에 반기를 든 개혁가였다. ‘세례받은 뒤에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완고한 교회 전통에 맞서 참회와 용서의 가능성을 최초로 열어젖힌 관용주의의 선구자라 하겠다.
교회를 상징하는 탑
여기서 ‘탑’은 교회를 상징한다. 탑인 교회는 네모 반듯한 돌들로 지어지고 있으며 종말에 완성될 것이다. 부와 재산으로 몸집을 부풀린 뚱뚱하고 희멀건 둥근 돌들은 그 교회 건축에 쓸모가 없다. 부자들은 부와 재산을 잘라내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군더더기 없이 네모 반듯한 모양을 갖출 때 비로소 교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묵시적 환시 형식으로 전해 준다. 하느님 앞에서 부자는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쓸모 있는 인생을 살려거든 부를 축적하지 말고 서둘러 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참회는 돈 욕심과 가난한 이웃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공동의 재화를 궁핍한 이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초기 교부 문헌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1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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