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다윗 (1)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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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동성당 댓글 0건 조회Hit 2,867회 작성일Date 19-11-11 15:58본문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다윗 (1)
“그는 볼이 불그레하고 눈매가 아름다운 잘생긴 아이였다.”(1사무 16,12) “그는 비파를 잘 탈 뿐만 아니라 힘센 장사이며 전사로서, 말도 잘하고 풍채도 좋은 데다 주님께서 그와 함께 하십니다.”(16,18) 이사이의 여덟 아들 중 막내(16,10-11; 17,12-14), ‘양을 치다가 이끌려 나와 이스라엘을 돌보는 일’(시편 78,11)을 맡게 된 이, 그 이름처럼 하느님과 사람들의 ‘사랑받는 이’, 다윗, 위대한 임금을 만날 차례가 되었습니다.
다윗의 어린 시절과 관련된 일화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골리앗을 쳐 이긴 사건’(1사무 17장)일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필리스티아인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상대 진영에서 골리앗이라는 투사 하나가 나옵니다. ‘키는 여섯 암마 이상(약 3m)이고 오천 세켈(57kg정도)이나 나가는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창날만도 육백 세켈(7kg 정도) 되는 거대한 창을 든’(4-7절) 이 거인 앞에서 이스라엘은 무서워 어쩔 줄 모르고(11절) 달아나기까지 했습니다(24절).
이 싸움판에 어린 다윗이 들어섭니다. 골리앗의 모욕적인 말을 듣고 두려워 떨기만 하는 군사들에게 그가 묻습니다. “할례도 받지 않은 저 필리스티아 사람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살아계신 하느님의 전열을 모욕한단 말입니까?”(26절) 이스라엘을 ‘하느님의 전열’, 곧 하느님께 속한 군대로 묘사하는 이 말이 온 진영에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울 임금이 이 소식을 듣고 그를 불러 어린 소년 다윗을 만류합니다. “너는 마주 나가 싸우지 못한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전사였고, 너는 아직도 소년이 아니냐?”(33절) 지극히 상식적인 말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자신이 싸우러 나가겠다고 우깁니다. 골리앗을 물리치겠다는 소년 다윗의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요? 그것은 주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사자의 발톱과 곰의 발톱에서 저를 빼내 주신 주님께서 저 필리스티아 사람의 손에서 저를 빼내 주실 것입니다.”(37절)
그런데 우스꽝스런 장면이 연출됩니다. 다윗에게 사울의 투구와 갑옷, 칼이 주어집니다. 소년 다윗은 ‘제대로 걷지도 못 합니다.’(39절) 상상해 보십시오. 아이가 어른, 그것도 사울이라는 거대한 사람의 장비들을 걸치고 있는 모습은 코미디에나 나올 법한 장면입니다. 다윗은 결국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평소에 하던 대로 ‘막대기와 돌, 그리고 팔매질을 할 끈’(40절)만 들고 적장의 앞으로 나아갑니다.
골리앗의 앞에 선 다윗은 모두가 들으라고 외칩니다. ‘나는 주님 이름으로 나왔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계시다는 것을, 주님은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하겠다.’(45-47절) 그리고 ‘날쌔게 달려가 팔매질을 해서 돌 하나를 골리앗에게 던집니다. 돌은 정확하게 골리앗의 이마로 날아가고, 이 거대한 장수는 쓰러집니다.’(48-49절) 필리스티아인들은 달아나고 이스라엘은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다윗의 이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요? ‘볼이 불그레하고 용모가 아름다운’(42절) 이 소년을 과감하게 뛰어나가 모두가 ‘무서워 떠는’(11절.24절) 골리앗에게 도전하게 한 이 힘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믿음’이라는 말로 담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에게 ‘주님께서 나를 저 자의 손에서 빼내 주실 것이다.’(37절)라는 굳센 믿음을 심어준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논리적인 신학적 증명도, 놀라운 신비체험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요? 다윗이 사울 임금 앞에서 하는 말을 들어봅시다. 여기에 힌트가 있습니다. ‘사자든 곰이든 양을 물어 가면 저는 뒤쫓아 가서 그 입에서 새끼 양을 빼내고, 저에게 덤벼들면 턱수염을 잡아 휘어잡고 내리쳤습니다.’(34-36절)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겪은 일, 바로 자신의 체험을 말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에 대한 체험, 그것이 그의 믿음의 근원이며, 용기의 원천입니다. 설명하거나 보여줄 수 없지만, ‘체험에서 오는 믿음’, 몸으로 겪으며 마음에 깊이 새겨진 이 믿음으로 다윗은 나아갔고, 승리했습니다.
이러한 다윗의 ‘체험의 신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성의 시대를 거쳐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구호를 ‘아는 것이 신앙이다.’라는 말로 바꾼 소리에 어느새 끌려가고 있습니다. 특정한 지식을 많이 쌓아야 깊이 있는 신앙처럼 생각하는 이들까지 등장해 교회와 사회를 어지럽힙니다. 한편, 어떤 이들은 신비체험만을 강조합니다. 동영상이나 특별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람의 이야기들이 전화기와 인터넷을 통해 떠돌고 사람들을 유인합니다. 그러나 지식도 동영상도 메시지도, 그냥 호기심을 채워줄 뿐이지, 믿음으로, ‘주님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나서는 용기 있는 믿음으로 인도해주지 못합니다. 삶 속에서 얻은 ‘주님의 손길에 대한 체험’만이 주님께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것은 특별한 순간,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통상적인 만남, 별다를 것 없는 시간들과 늘 지나고 머무는 곳에서 겪는 일들 속에서 일어납니다. 그 안에서 ‘주님의 손길’을 발견하는 이들은 그 무엇도 꺾을 수 없는 강력한 신앙의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체험의 신앙’이며,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용기 있게 주님을 고백하게 하는 힘입니다. 소년 다윗이 그러했고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그랬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빗대어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윗은 약한 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체험의 믿음으로 무장한 이’로서 ‘문명의 무기로 무장한 이’를 물리친 ‘힘센 장사이며 전사’(1사무 16,18)입니다. 지식이 아니라 주님을 찾아야 믿음으로 굳건해질 수 있으며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018년 8월 5일 연중 제18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목부 담당)]
카톨릿 굿뉴스 게시판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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