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8주일 - 재물의 소유권과 사용권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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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711회 작성일Date 24-10-10 12:00본문
하인리히 호프만 작 ‘그리스도와 부자 청년’, 1889년.
오늘 복음에서 어떤 부자가 예수님을 찾아가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선하신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계명을 준수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부자가 그러한 계명들을 어린 시절부터 모두 잘 지켜왔다고 답을 하자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그에게 이르셨습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르 10,21) 마치 베드로와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 등 당신의 사도들을 부르시듯 그 부자를 당신의 제자가 되도록 특별히 초대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그 부자는 결국 슬퍼하며 떠나갔습니다. 그 부자에게는 하느님 아닌 재물이 자기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있었지만 예수님의 자비로운 초대에 응답하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으니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무엇도 남김없이 온몸과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길을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 부자가 자신의 재물을 포기하지 못하고 슬퍼하며 떠나가자 예수님께서는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르 10,27)고 하십니다. 곧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행할 때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십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고 소유하는 것은 존중되어야 할 개인의 권리입니다. 교회 가르침도 개인의 재산 소유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재산의 사용권은 하느님 뜻, 곧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선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현세적인 축복으로 내려주신 물질적인 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나누며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일 하느님 뜻에 합당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재물은 더 이상 선물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많이 소유할수록 너무나 쉽게 하느님 뜻에서 벗어나 자기 욕심만을 위해 살아가고, 결국에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마음을 빼앗겨 마치 재물의 노예처럼 살아가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이는 공동체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신앙의 여정에서 교회 공동체가 길을 잃지 않고 자유롭고 활기차게 걸어가기 위해서는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선택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자세를 늘 지녀야 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삶에도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재물이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늘 무엇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에 묻혀 지내다 보면 우리 위에 맑고 시원스런 하늘이 있다는 평범한 사실조차 잊을 때가 있습니다. 잠시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이 가을의 넓고 드높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지녀봅시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의 삶은 무엇을 향해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예수님과 함께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 하나가 무엇인지를 헤아리면서 말입니다.
유승록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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