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3주일- 용기 있는 믿음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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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007회 작성일Date 24-06-28 13:57본문
에메 브루나 파제스 작 '야이로 딸의 부활', 1842년.
죽어가는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가 간청한 회당장 야이로의 이야기와 12년 동안이나 하혈하며 고생하던 한 여인의 치유 이야기가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각기 다른 일화였지만 ‘믿음에서 나오는 용기’라는 공통 주제 아래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회당장은 유다인들의 지도자로, 당시 예수님과 대립 관계에 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나 율법학자들과 밀접한 관계였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과는 반대편에 있었습니다.
회당장 야이로에게는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어린 딸을 위해 더 이상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예수님만이 그의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회당장이라는 자신의 신분에 개의치 않고 사랑하는 딸의 치유를 위해 야이로는 용기 있게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열두 해 동안이나 앓고 있던 병을 고치기 위해 많은 의사를 찾아다니며 가진 재산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졌던 한 여인도 다른 이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께 다가가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구원의 힘을 지니고 계심을 알아보았고 그 믿음을 용기 있게 실천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야이로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마르 5,36)라고 말씀하셨고, 하혈하는 여인에게는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라고 말씀하시며 그들의 용기 있는 믿음에 놀라운 기적으로 응답하셨습니다.
율법에 의하면 하혈하는 여인은 정결치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이고, 그런 여자와 접촉하는 사람이나 물건도 더러워지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레위 15,19 이하 참조) 그래서 12년 동안 하혈했던 그 여인은 병 자체가 주는 고통뿐 아니라 일상적 인간관계에서 단절되고 소외되는 아픔도 겪어야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이들의 비난과 질책을 감수하며 자신에게 다가온 그 여인에게 단순히 ‘네 믿음이 병을 낫게 하였다’라고 하지 않으시고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육체적인 병과 더불어 내면의 치유는 물론이고 그 여인의 사회적 관계도 회복되었음을 드러내는 말씀이었습니다.
한편, 예수님께서 하혈하던 여인을 치유하시는 동안 심하게 앓고 있었던 야이로의 어린 딸이 결국 죽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야이로의 집으로 가셔서 그의 죽은 딸을 다시 살리십니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이다.”(마르 5,41) 예수님 당대의 언어인 아람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여 놀라운 기적의 그 장면을 이처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고치고 다시 살리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그런 하느님의 면모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구마와 치유의 기적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거나 사람들을 억지로 당신께 대한 믿음으로 끌어당기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믿음을 갖고 당신께 다가온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셨고 그들을 고치고 살리시어 사랑이신 하느님의 진면목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도 그러한 하느님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우리를 도우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그 사랑에 우리도 용기 있는 믿음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종말의 때에 죽음에서 우리를 부활시킬 분이시고, 때로는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우리를 지금 여기서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희망이 더욱 굳세어지길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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