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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꿈 CUM] 지금 _ 나와 너 그리고 우리 (17)-무엇을 포기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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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1,297회 작성일Date 24-03-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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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비관적으로 표현하는 속어들이 넘쳐나는 때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 등장한 용어는 바로 ‘삼포 세대’였다. 즉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좀처럼 연애를 하지 않으려 하고, 만일 연애를 한다 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며,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려는 사회현상을 일컬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좌절감은 이 용어로 정리되지 않았다. 삼포에 덧붙여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 세대’, 여기에 건강과 외모까지를 포기한 ‘칠포 세대’, 희망과 인간관계까지도 포기했다는 ‘구포 세대’, 마지막으로 꿈도 없고 희망도 없는 이 삶 자체를 포기한다는 ‘10포 세대’(완포/전포 세대) 등의 용어가 줄줄이 등장했다.

    이렇게 포기할 것은 계속 나오는데 숫자로 표현하기도 귀찮다는 의미에서 2010년경부터는 ‘N포 세대’라는 말로 이전에 모든 용어들을 퉁치고 있는 실정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요즘 청장년들의 절망감과 무력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깊이 느낄 수 있다. 자신은 흑수저로 태어나 평생을 벌어도 번듯한 집을 마련하기가 힘드니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수저계급론 신봉자’, 아이를 기르기 위해 양육과 교육비로 1인당 최소 2억원은 필요한데 그런 돈이 없으니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 DINK), 인생은 어차피 한 번뿐이니 내 마음대로 살다가 죽겠다는 ‘욜로족’(You Only Live Once : YOLO)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언뜻 보면 이들의 생각이 이해는 간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현재를 충분히 즐기자”(Carpe diem)라는 의미처럼 긍정적인 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까짓거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죽기밖에 더 하겠어?” “뒷 일은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자포자기적 의미도 숨어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깊이 밀려온다.

    이런 젊은이들의 어두운 자화상을 그대로 반영한 통계가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전 세계 17개 선진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일본 등) 성인 1만 8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당신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17개 나라 중에서 14개 나라 국민이 ‘가족’(38)이 가장 소중하다고 응답했고, 그 다음으로 ‘직업’(25)과 ‘물질적 행복’(19)을 꼽았다.

    하지만 한국은 ‘물질적 행복’(19)을 1위로 꼽았다. 이는 17개 조사대상 국가 중에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결과였다. 또한 한국은 가족, 친구, 직업, 종교에 대해서 의미를 가장 적게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설문조사에서는 한국인들만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드러났다.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고를 때 세 가지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유독 한국인들은 세 가지 중 하나만(즉 ‘물질적 행복’)을 고른 사람들(62)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한국인들은 마치 돈 외의 다른 가치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오직 돈만 있으면 나머지 문제들은 자연적으로 해결된다고 믿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마태 6,24)는 예수님의 말씀이 요즘처럼 더 깊게 다가오는 때도 없다. 자본주의의 병폐인 물질만능주의에 희생되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들이 먼저 회개해야 된다는 깊은 자성을 하게 된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신앙의 어른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기쁨은 재물이 아닌 바로 하느님을 섬기는 삶이라는 사실을 가르침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글 _ 박현민 신부 (베드로,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목 상담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전문가연합회에서 각각 상담 심리 전문가(상담 심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는 전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상담자의 복음화, 상담의 복음화, 상담을 통한 복음화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상담의 지혜」, 역서로 「부부를 위한 심리 치료 계획서」 등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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