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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묵상] 부드럽고 따뜻한 주님 손길에 우리 모두 치유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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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566회 작성일Date 21-09-05 17:36

    본문

    ■ 하느님께로 향한 우리의 귀가 활짝 열리기를…

    “에파타!”라는 예수님의 외침을 묵상하다가, 오래전 유학 시절 초기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야심만만하게 비행기를 탔을 때만 해도 꿈도 많았습니다. 약간은 고생도 되고, 약간은 향수에도 젖겠지만, 그래도 고색창연한 서구 전통과 문화들이 살아있는 유럽에서의 낭만적인 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신앙의 본산에서 신학도 제대로 배우고, 가끔 성지도 순례하고, 고독도 씹으면서 그렇게 살아야지 생각했습니다.
    한국 사람은 저 밖에 없는 공동체에 도착하고 나서, 한 이삼일 동안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인지 회원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관심도 가져주었습니다. 저 역시 손짓발짓을 동원한 가장 기초적인 회화를 통해서나마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더 이상 대화를 진척시킬 수 없었습니다. 즉시 끔찍한 연옥체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말을 걸어오면 겁부터 덜컥 났습니다.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그냥 실실 웃기만 했습니다. 기본적인 대화가 안 되니 사람들도 답답해하고, 나중에는 아예 무시하는 듯 했습니다. 자꾸만 제 안에 갇히기 시작했습니다. 밥 먹으러 내려가기도 싫어졌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괴롭더군요. 한국에서 사목활동 할 때는 나름대로 어깨 힘주며 살았는데, 거기서는 완전히 애기 취급을 받았습니다. 애물단지도 그런 애물단지가 없었습니다. 정말 자존심이 엄청 상하더군요. 하느님께서 제대로 된 바닥체험을 시켜주신 것입니다. 
    그렇게 연옥 같은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깜짝 놀랄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빠르게 지껄이던 형제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렴풋이나마 뭔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말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면서 언어 공부에도 재미가 붙었습니다. 일단 들리기 시작하니 조금씩 입도 열렸습니다. 공동체 형제들은 그런 저를 기꺼이 대화에 끼워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인다, 이제야 조금 살맛 난다’는 느낌이 들면서 얼굴빛도 달라졌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영성생활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께로 향한 우리의 귀가 열려야 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분의 뜻을 찾을 수 있고,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인간의 뜻인지 식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부터 제대로 된 영성생활이 시작됩니다. 하느님과의 친밀한 대화도 가능해집니다. 신앙생활의 참 맛도 알게 되고 신앙도 성장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귀가 활짝 열리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보다 명료하게 하느님의 음성을 듣게 되길 바랍니다.


    기톨릭 신문 말씀묵상 (양승국 신부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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