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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에세이] 말의 소중함 / 윤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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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543회 작성일Date 22-02-19 21:23

    본문

    몇 해 전 8월 어느 날 오전, 청소와 세탁을 하면서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었는데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다급하게 “여보세요, OOO인데요. 남편 분이 병원 응급실에 왔으니 빨리 오세요”라고 했다. 그 말에 “저희 남편은 성당에 갔는데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했더니, “성당 담장의 나무 전지작업을 하다가 다쳐서 지금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레지오 단원들과 성당 마당 조경수의 전지작업을 한다고 나갔는데 병원이라니….’

    놀란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전지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갈비뼈 3대가 부러졌다는 것이었다.

    그날 그렇게 남편은 응급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문제는 눕고 일어나고 옷을 갈아입을 때 통증이 심해서 혼자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으키고 눕혀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통증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매일 미사에 참례했다.
    어느 날 그 불편한 모습을 보고 사정을 알지 못하는 자매들이 뒷자리에서 “저 형제 중풍이 왔나 봐. 잘 앉지도 못하네”라고 수근거렸다.

    내용을 몰라서 그렇게 말한 것이겠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추측만으로 말하는 것이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들었다. 3개월 여 고생을 하면서도 남편의 신앙심은 더 깊어져 갔고, 다니던 하상신학원도 개근하며 졸업하는 집념을 보여 줬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고생했던 순간들이 입가에 엷은 미소를 떠오르게 하지만, 우리들 일상에서 나 혼자만의 생각과 추측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의 중요성이 얼마나 크면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였을까. 사람이 사는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필요한 말만 하고 말수를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미사 시작하면서 가슴을 치며 말과 행위로 죄를 지었으며 ‘제 탓이오, 제 탓이오’하지 않는가? 한 순간 한 순간이 하루가 되고 또 그 하루가 모여 우리의 삶이 되어 하느님께 가는 그 시간까지 우리의 삶은 깨어 기도하며 성찰하는 것이리라.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한마디 말이야말로 늘 부족한 삶이 완성되어 가고 하느님과 일치하는 지향으로 나아가는 삶이 아닐까. 그것이 곧 기도요 삶이고 실천하는 참 신앙인으로의 가치라 생각해 본다.

    아침 해가 동녘에서 떠오르는 그 시각부터 감사가 시작되는 하루요, 바쁘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별빛이 창 너머로 스며들어 오는 그 시각 잠자리에 드는 것 또한 평안한 하루였음이리라. 지나간 하루를 성찰하며 두 손 모으고 하느님께 감사를 올리는 일상이 하느님 사랑의 뜻 안에서 이뤄지는 평화로움의 은총이라고 생각해 본다.

    윤길운 사비나
    제2대리구 안양비산동본당


     

    가톨릭신문 2022-02-0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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