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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7주일- 눈 질끈 감고 사랑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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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544회 작성일Date 22-03-01 12:5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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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승수 신부



    ‘빨래’는 옷에 묻은 더러운 것들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옷을 헹궈낼 ‘깨끗한 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세탁기로 돌려도 헹굼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힘들게 제거한 땟물이 다시 옷감에 달라붙어 더러워집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 주제는 ‘용서’입니다. 용서란 상대방과 나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는 일입니다. 상대방은 나에게 상처를 입힌 잘못을 씻어 깨끗해지고, 나는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단죄하려 드는 마음의 때를 씻어 깨끗해지는 것입니다. 미움을 사랑으로, 저주를 축복으로, 괴롭힘과 핍박을 기도로 갚음으로써, 즉 악을 선으로 극복함으로써 내 마음의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물로 모두가 깨끗해질 수 있는 겁니다.

    오늘 복음은 ‘용서는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아닙니다. 부족한 우리가 ‘용서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덤볐다가는 울화통이 터져서 제 명대로 못 살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권고 뒤에 덧붙이는 말씀들은 원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해당합니다. 첫 번째 준비는 ‘자기 비움’입니다. 사막 지역에서 목숨처럼 소중한 겉옷은 물론이고 그에 더해 속옷까지 내어주라는 것은 먹고사는 일을 위해 붙들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손에 쥐고 지킬 게 많을수록 욕심과 집착이 커지고 마음 상할 일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 내려놓아 ‘빈손’이 되면 자유로운 마음으로 삶과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되지요. 예수님은 정서적인 집착도 내려놓으라고 하십니다. ‘이것만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라며 악착스레 붙들고 있는 ‘자존심’이라는 집착마저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에 화낼 일도, 누군가를 미워할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집착하는 것들을 놓아버리면 스스로 마음을 아프게 찌르는 가시들을 흘려보내고 원수를 사랑할 준비가 됩니다.

    두 번째는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제한을 두지 않는 하느님의 자비는 원수를 미워해 생기는 고통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참된 자유를 누리라고 하시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 자신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을 믿는 사람은 남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의 약함과 부족함도 깨닫지 못합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이만큼 잘해주었으니 그도 당연히 나에게 그만큼은 잘해줄 거라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마음이 상합니다. 그렇게 그와 나는 ‘원수’가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한 만큼 이웃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헛된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돌려받지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본인이 그 손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지혜롭게 내어줍니다. 그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를 닮는 방법입니다. 자비의 실천을 통해 원수를 사랑할 준비가 되는 것이지요.

    이제 ‘원수를 사랑하기만 하면’ 됩니다. 예수님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처럼 목숨을 걸고 사랑하라고까진 안 하시는 겁니다.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듯 단점과 부족함, 허물과 약점을 무조건 끌어안으라고까진 안 하십니다. 받은 만큼만 돌려주려는 계산적이고 수동적인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하십니다. 그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그 사랑을 내가 먼저 실천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랑입니다. 지금 당장 마음에서 우러나 기쁘게 하지는 못해도, 주님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눈 질끈 감고 꾸준히 사랑하다 보면, 결국 그 사랑이 더 큰 선물로 되돌아올 겁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2-02-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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