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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찬례를 제정하시다 [월간 꿈 CUM] 꿈CUM 묵상_예수의 일생 (18)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582회 작성일Date 24-06-07 12:33

    본문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십니다. 이 장면을 묘사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 1452~1519)의 그림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은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묘사한 성경 제목은 ‘최후의 만찬’이 아닙니다. ‘성찬례를 제정하시다’ 입니다. 최후의 만찬,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찬례 제정한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2000년 전,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그 저녁 식사 속으로 들어가 보죠. 지금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한번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십시오. 예수님 마음이 어떠실까요. 당장 몇 시간 후면 십자가에서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아시는 예수님의 심정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런데 천방지축 제자들은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이 내일도 계속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가 내일 저녁에도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알고 계십니다. 당신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골고타로 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하고 싶으신 말이 아주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짧은 시간에 마지막 유언을 남기십니다. 만약 여러분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을 남기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평소에는 불효했던 자녀라도 아마도 그 유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아버지, 어머니의 유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예수님께서 유언하십니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우리는 먹어야 합니다. 왜? 예수님의 유언이기 때문입니다. 또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마태 26,27)

    우리는 마셔야 합니다. 왜? 예수님의 유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거에 여러 신부님과 함께 40일 피정을 할 때 실제로 경험한 일입니다. 당시 이례적으로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 목사님도 그 피정에 함께하셨습니다. 70세가 다 되신, 연세 지긋한 분이셨습니다. 평생 기도만 하고 살아오신 참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할아버지 목사님과 40일 동안 함께 피정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오늘은 중요한 것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당시 피정 지도를 해 주시던 예수회 신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와 함께 피정하신 목사님이 성체를 영하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당황하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목사님이 피정 초반부터 성체를 한 번이라도 영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신교는 성체의 실체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2000년 전에 있었던 일을 단지 기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성체를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목사님은 계속 저에게 정말로 하느님 앞에서 성체성사의 신비를 고백하신다며 예수님의 몸과 피를 모시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제발 성체와 성혈 안에 계신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으니, 그 예수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눈물로 간청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목사님도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피정을 하는 신부님은 9명 혹은 10명 정도였습니다. 목사님은 제 옆에서 미사에 참여하셨습니다. 그런데 성체를 모실 때가 다가오자 할아버지 목사님이 벌벌 떠시기 시작했습니다. 손을 얼마다 떠시는지 제가 불안할 정도였습니다. 목사님은 그렇게 엄청난 긴장을 하고 계셨습니다. 마침내 목사님은 성체를 모셨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목사님이 땅에 털썩 주저앉아 ‘주님, 주님’ 하면서 대성통곡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바로 앞에서 성체를 모신 나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목사님은 그날 예수님을 만나셨습니다. 목사님은 그날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크게 반성했습니다. 미사 때마다 넙죽넙죽 예수님을 받아 모셨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이후로는 늘 참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성체와 성혈을 모시고 있습니다.

    성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무성의하게 모시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유언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 참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성체 성혈을 받아 모셔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를 헛되이 하지 않는 하느님의 아들 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유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우리는 먹어야 합니다. 왜? 예수님의 유언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마태 26,27)

    우리는 마셔야 합니다. 왜? 예수님의 유언이기 때문입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삽화 _ 김 사무엘
     


     

    가톨릭평화신문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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