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 성월 특집] 교회 가르침에 맞는 상장례 상식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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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Hit 703회 작성일Date 24-10-31 14:52본문
한국교회의 상장례 문화는 조상 제사 금지로 혹독한 박해를 받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사를 드리는 대신 부활 신앙 안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고, 고유한 ‘위령기도’(연도)는 아름다운 관습으로 이어졌다. 교회의 상장례 예식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드러내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는 기회다. 한국교회는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2003년 「상장 예식」 출판을 통해 전통 상제례와 현대 감각에 맞춘 우리만의 예식서를 선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상장 습속과 교회의 상장례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례 예식에서 궁금한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Q. 49재(四十九齋) 연미사 봉헌해도 되나?
가끔 본당 사무실에서는 사십구재 미사를 신청하는 신자들이 목격된다. 한 사목자는 “사십구재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며 49대의 연미사 예물을 접수하는 신자가 있었다”고 들려줬다. 한 마디로 이는 교회에서 수용할 수 없는 잘못된 관습이다. 사십구재는 불교의 윤회관을 바탕으로 한 제례 양식으로서, 죽은 영혼이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기도하는 천도 의식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대개 새로운 몸을 받아 환생하기 전까지 저승에서 49일 동안 머문다고 한다. 그때 7일마다 저승의 왕들에게서 선행과 악행에 대한 심판을 받는데, 그 심판을 통과하면 조건에 맞는 곳으로 환생할 수 있다. 심판을 통과 못 하면 다음 7일째 되는 날 다시 심판을 받는다. 최종 심판을 받고 누구나 환생하게 되는 날이 49일째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사십구재는 가톨릭의 죽음에 관한 이해와 전혀 의미가 다르다.
Q. 돌아가신 분 유골을 뿌리거나 집에 보관할 수 있나?
세상을 떠난 이를 화장한 뒤 남은 유골을 허공이나 땅, 바다 등의 장소에 뿌리거나(산골, 散骨) 집에 보관할 수 있을까.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훈령 「그리스도교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5항에서 “합법적 이유로 시신의 화장을 선택한 경우, 세상을 떠난 신자의 유골은 거룩한 장소, 곧 묘지 또는 어떤 경우에 교회나 이를 목적으로 마련되어 교회의 관할 권위가 지정한 장소에 보존되어야 한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유골을 거룩한 장소에 보관하는 일은 유가족이나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추모, 유골에 대한 존중과 부적절하거나 미신적인 관습의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위생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도 산골을 하거나 유골을 기념물이나 장신구 또는 다른 물건에 넣어 보관하려는 시도, 혹은 유가족들이 유골을 나누어 가지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도 산골을 해서는 안된다. 적당한 안치소에 이름을 표기하고 매장해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가 산골을 반대하는 것은 ‘범신론’(汎神論, pantheism)’이나 ‘자연주의’(自然主義, naturalism), ‘허무주의’(虛無主義, nihilism) 등의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자연과 물질을 움직이시되 그것을 초월하시는 분이시고 자연 안에만 얽매여 계시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은 덧없는 그 무엇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게 하는 소중한 과정이고 일부이기에, 세상이 덧없다는 의미 혹은 자연에서 나온 사람을 다시 자연에 맡기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은 용납될 수 없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김의태(베네딕토) 신부는 “산골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 통념상 이미 산골을 한 경우는 양심을 거슬러 자유 의지로 행산 잘못과는 구별된다”며 “산골을 후회하며 고인을 기억하기를 원한다면 기일에 고인을 위한 지향으로 위령 미사를 봉헌하고 위령기도를 드리면 된다”고 조언했다.
Q. 수목장(樹木葬)은 가능할까?
그리스도교 부활 신앙에 반대되는 이유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면 수목장은 허용된다.(「그리스도교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6항) 수목장은 화장한 분골을 지정된 수목의 밑이나 뿌리 주위에 묻는 것으로 매장의 의미도 포함되기에 산골과 같은 행위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행위는 산골로 여겨지기에 교회는 허용하지 않는다. 주교회의 사목 자료 ‘산골에 관한 질의응답’에서는 “분골을 수목 밑이나 뿌리 주위에 묻을 경우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관점에서 범신론이나 자연주의 사상의 표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Q. 삼우제는 지낼 수 있나?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시신을 묘소에 두고 돌아온 다음, 영혼을 달래어 안정시키려고 초우(初虞)와 재우(再虞), 삼우(三虞)를 지냈다. 「상장 예식」에는 삼우제를 토착화해 전례로 실천하도록 한 예식이 제시돼 있다. 이 예식에서는 초우와 재우, 삼우에 연미사 봉헌을 권고한다. ‘삼우미사’는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전례 용어다. 가톨릭대 교수 윤종식(티모테오) 신부는 “삼우미사는 그날 미사에 죽은 이를 위한 지향으로 미사 예물을 봉헌하고 유가족이 미사에 참례하는 형태일 뿐 연미사의 다른 형태가 아니다”며 “삼우제는 천주교회에서 민족 전통 장례 풍습 정신인 효의 표양으로 받아들여져 그리스도가 십자가 죽음 후 사흘간 무덤에 묻히심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교회에서도 죽은 지 3일과 5일, 7일째에 미사를 드리는 관습이 오래전부터 전승돼 있다고 한다. 특히 예수님이 무덤에 묻히신 3일을 기념하는 3일 미사가 많았다. 삼우제는 유교에서보다 한국 천주교회 전례에서 토착화된 예식으로 더 잘 드러나게 실천되는 사례다.
Q. 세례받지 않고 죽은 이를 위한 위령기도(연도)와 장례 미사는?
세례받지 않고 죽은 이를 위해서도 위령기도를 바칠 수 있다. 하느님은 모든 산 이와 죽은 이의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연옥에 있는 영혼을 말하는 ‘연령’(煉靈) 호칭은 ‘죽은 이가 여럿일 때’(「상장 예식」, 35항) 사용 가능하다. 죽은 이가 한 분인 경우는 ‘아버지’나 ‘어머니’, 세례명으로 호칭한다. 죽은 비신자들을 위해 기도할 때는 ‘000 형제에게’ 혹은 ‘000 자매에게’ 등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례미사는 반드시 세례를 받은 사람이어야 봉헌할 수 있다. 성당에서의 장례식은 생전에 교회적 친교 안에서 신앙생활을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임종 세례(예전에는 ‘대세’라 칭함)를 받은 이, 예비자 교리를 받고 있는 예비신자도 포함된다. 예비신자는 세례를 받지는 않았으나 교회적 친교의 입문을 준비하는 사람이므로 그리스도교 신자로 여겨야 한다.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아기들을 위해서도 장례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신앙을 고백하지 않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 곧 연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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